하고 김치볶음밥 먹었다
매일 10원이라도 아끼는 게 내 하루의 목표다. 공부를 하면서 학비까지 벌어야 하니 주말도 사치다. 주말이 아니라 그냥 노는 날 없이 일하는 인간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던가. 몸은 캐나다에 있지만, 내 장은 아직도 한국 표준 시간대에서 산다. 하루라도 김치 없이 살면 세포 하나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지난주, 아시아 마트 세일 코너에서 김치를 발견했다.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손가락이 카드 위에서 3초 정도 떨렸다.
유학생에게 김치는 사치다. 하지만 그날 나는 사치를 했다.
그 김치를 쓸 용도는 단 하나. 퇴근 후 먹을 김치볶음밥.
다음날 나는 그 귀한 김치볶음밥을 일터에 싸왔다. 남들은 샌드위치, 파스타 이런 거 먹는데 내 도시락에서는 김치 향이 모락모락.
한국식으로 먹으려면 기본적으로 김치랑 김은 있어야 하는데, 나는 한 술 더 떠서 김치가 두 번 필요하다. 볶음밥에 넣는 김치, 그리고 반찬으로 먹는 김치.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생각했다.
“아 사치다. 이건 정말 사치다.”
캐나다에서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먹는다는 건, 거의 유학생 판 샤넬 백 들고 출근하기 같은 거다.
옆자리 동료가 내 도시락을 힐끔 보고 물었다.
“Smells! spicy?”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Yeah, it's luxury in my budget.”
어쨌든, 한 달에 김치 한 통 사는 것도 꽤 큰 지출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김치를 사랑하지만 아껴야 하는 사치품처럼 다룬다. 한 번 산 김치는 끝까지 쥐어짜듯 먹는다. 거의 김치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오늘은 부엌에 남은 음식이 유난히 많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나오는 파스타와 샌드위치. 이렇게 일터에 먹을 게 많으면, 솔직히 기분이 달라진다.
“이게 웬 떡이야!” 하루종일 얼굴에 웃음이 박힌다.
이곳은 원칙상 식비가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끼니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엔 다들 암묵적으로 안다.
“남을 음식은 미리 건져 먹자.”
동료들도 접시에 덜어 먹으면서 스몰토크가 시작된다. 육아하는 친구들은 퇴근할 때 도시락통에 챙겨 간다. “애들 먹일 거야”라는 한마디면 면죄부가 발급된다.
오늘은 나도 그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곧 후회가 시작됐다.
‘여기 있는 걸 먹으면 됐을 걸 왜 귀한 김치를 써서 김치볶음밥을 해왔을까.’
유학생에게 김치는 사치고, 시간은 더 사치다. 돈 아끼려고 싸온 도시락인데, 갑자기 이걸 내일 먹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저 샌드위치 몇 개 먹으면 이 김치볶음밥은 내일 저녁으로도 버틸 수 있는데’
내적 갈등이 시작됐다. 5분 동안 내 머릿속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 내린 결론.
‘치사하게 살지 말자.’
노숙자들한테 제공된 무료 샌드위치를 뺏어 먹는 대신, 오늘은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먹는 걸로. 그래서 나는 결국, 사치품 같은 김치볶음밥을 꺼내 의기양양하게 한 숟갈 떴다. 아무도 모른다. 내 머릿속에서 이런 싸움이 벌어졌다는 걸.
쉽지 않은 유학생활이지만, 노숙자 센터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건 하나다.
이 경험은 나중에 돈 주고도 못 산다. 그리고 오늘 깨달았다.
유학생의 사치품 1위는 샤넬이 아니라, 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