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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아 Nov 18. 2024

보름달의 자취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순간

 대낮에도 열 맞춰 닫혀 있던 커튼을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젖혔다. 고개는 젖히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던 때, 베란다 창문으로 밝고 큰 보름달을 보았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미리 냉장고에 있는 남은 반찬으로 배불리 배를 채우고, 빨간 생채기가 남은 그릇들과 하얗게 튼 온몸에 물을 뿌렸다. 깨끗하게 씻긴 빈 곳에 노란 달빛이 그대로 담겼다. 이제 새벽이 오면 이곳에는 내일의 흔적이 쌓일 것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보름달에도 크고 작은 자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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