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순간
흰 직사각형 종이에 재처럼 잘게 부서진 갈색 약초를 탈탈 털더니 돌돌 말아 천연 접착제인 타액으로 둥근 면을 부착시켰지. 자신을 18살이라고 소개한 남자아이는 한번 피워 보라는 듯이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 연초를 건넸어. 폐로 들어가는 게 어떤 물질인지도 모르면서 마냥 빨아들였지. 내 안의 무언가가 깨어날 것만 같아서. 금기시되는 영역이 부서질 것만 같아서. 캑캑 대면서도 수도 없이 입으로 숨과 잿더미를 흡입했어. 자연스레 나와야 할 뿌연 연기는 뱉을 수 없었어. 나는 나를 위해 내 안을 파괴해야만 했으니까.
익숙함에 놓여 대립하는 위협과 희생. 그 교착점 위에서 행동하는 불편함이 세상을 구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