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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Dec 19. 2023

우리 집이 보리차 맛집?

소소한 오늘의 밥상


  4학년 때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이야기했다

"엄마, 친구들이 내 물을 다 먹어서  물을 못 마셨어!"

나는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따르며 응대를 했다.

"그래? 친구들은 물 안 싸 오니?"

"아니, 싸 오는데 다 하얀 물이고 나만 보리 차니까 맛있다고 내물만 마셔! 보리차는 편의점에서만 파는 줄 알았데."

"그래? 호호호 친구들은 보리차를 안 싸 오는구나."

그렇게 우리 집은 보리차 맛집으로 공공연하게 소문이 나고 있었다.


  아이가 처음 보리차를 먹기 시작한 건 3학년 때 친구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이다. 목마르다고 편의점에서 보리차를 줄곧 사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콜라처럼 보리차를 편의점에서 자주 사 먹는 것이었다. '생수는 사 먹지만 보리차를 사 먹다니.' 나는 보리차를 끓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내가 어린 시절 구수한 보리차는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날때 엄마가 따뜻하게 끓여주는 엄마표 약처방 같은 것이었고, 슈퍼마켓에서는 콜라 같은 집에서 만들 수 없는 음료를 구입하는 것으로만 인식 되어 있었다. 보리차를 시판하는 것도 근래에 처음 알았지만, 아이들이 자주 구매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물론 옛 시절엔 봉이 김선달을 우습게 여기며 생수를 사 먹는 풍경은 상상을 못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프랑스에 여행 가서나 사먹는 에비앙! 나는 그런 옛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집에서 보리차를 끓였을 때, 처음에 아이는 편의점 보리차가 더 맛있다고 잘 안 마셨다. 그래서 동네시장 4군데를 찾아다니며 보리, 옥수수, 결명자, 둥굴레를 구입했다. 어떤 날은 현미를 볶아서 보리차에 조합을 하며 아이 입맛에 맞춰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그래서 찾은 우리 집 보리차 레시피는 2리터에 소주컵 보리 1.5:옥수수 1:동서보리 1팩이 가장 적당하고 색깔과 향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도 요즘은 정수기 물보다 보리차를 잘 마신다.


  보리차를 끓이고부터 기분 좋은 변화는 아이가 물 마시는 습관이 좋아진 것이다. 물을 잘 안 마시고 달달한 음료를 자주 마셨던 이전과는 다르게 수시로 보리차를 마시는 것이었다. 아이의 변비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래서 번거로움을 참고 매일 끓인다. 솔직히 매달 정수기 관리 비용을 내면서 보리차를 끓이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더 힘든 것도 해내야 하는 이 시대 엄마인 것이다.


  4학년이 돼서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친구들과의 교우가 중요해지는 시기여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과 음료수를 냉장고에 쟁여 두었다. 어느 날은 아이 친구가 보리차를 마시고 싶어서 왔다고 고백했다. 다과와 음료수를 내어주니, 다른거는 안 먹고 보리차만 거덜 내고 갔다.

아이에게 전해 들은 말에 의하면

"승민이 집에 누워서 게임하면서 보리차 마시면 그곳이 천국일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아이 친구가 더없이 귀엽게 여겨졌고, 아이 친구를 자주 초대해서 보리차 천국을 선물해 주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3년 만에 만난 학부모 모임 자리에서 우리 집 보리차 얘기가 뜻밖에 나왔다.

"어머~승민이네 집이 보리차 맛집이라면서요?"

"보리차 맛있게 끓이기 비법 좀 알려주세요. 우리 둘째가 지금도 언니네 보리차가 제일 맛있다고 얘기를 해요. 보리차 맛있게 끓이는 비법이 모예요?"

"아~맞아요. 우리 애도 승민이네 물이 맛있다고 했어요."

"집에서 몇 번 끓였는데 그 맛이 아니래요!"

"저도요, 언니 보리차 레시피 알려주세요~"

.................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교양 있는 척하며 애써 참았다. 대학교 입학 정보도 아니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우선 재료가 중요하다는 말에 모두 공감했다. 동네 시장어귀 3번째 상점에서 파는 보리와 옥수수가 국산으로 품질이 좋고 잘 볶아서 맛이 구수하다는 고급정보를 알려주었다. 강불에서 20분, 약불에서 10분을 끓이는 우리집 보리차 맛있게 끓이기 레시피를 공개했다. 엄마들은 휴대폰으로 메모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날은 우리 집이 동네 공식 보리차 맛집 인증이 된 날이었다.

보리차

보리차의 효능

① 보리는 오장()을 보하고 기를 내린다. 식체를 없애고 식욕증진을 가져온다 『본초강목』.

② 평 위()와 개위()를 하고 식욕부진과 위장의 허약 증세를 치료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동의보감』.

③ 위를 편하게 하고 관장의 효능이 있으며 식체, 소갈, 소변임통, 수종, 화상 등을 치료한다 『향약대사전』.

④ 식체에 배가 불어나고 아플 때,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입맛이 없을 때 마시면 좋다 『동의약학』.

⑤ 소갈을 치료하고 열을 내리며 기를 보하고 비위를 고르게 한다. 먹으면 흔히 열이 생긴다. 오곡()중 가장 좋다. 꿀은 사약(使)으로 쓴다 『향약집성방』.

⑥ 보리는 능히 허를 보하고 기를 돋우며 중초를 조화시켜 설사를 멎게 한다. 따라서 화위(), 관장(), 이수() 등의 효능이 있다 『방약합편』.  

[네이버 지식백과] 보리차의 건강기능 효과 (차생활문화대전, 2012. 7. 10., 정동효, 윤백현,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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