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스 Jasmine Sep 07. 2023

세포가 큰 여자

엄살이 아니라 열정!


난 어릴 적부터 아빠에게 엄살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억울하다. 아빠 말씀으로는 살짝 부딪혔는데 그렇게 아프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지르는 내가 엄살 쟁이라고. 

그런데 난 진짜 많이 아팠다. 그리고 난 울보였다. 아니 지금도 울보다. 슬픈 영화를 보면 제일 먼저 울고 우는 사람을 쳐다봐도 눈물이 난다. 울보라서 예전 천리안 시절 아이디가 평강공주였다.

대학교 때 내 친구 김혜영이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작은 혜영이 (나 Jasmine)가 예쁘다는 사람은 반 깎고 봐야 해, 하나도 안 예쁜 사람 보고 예뻐 죽겠다고 한다니까."

내가 졸지에 과장쟁이가 돼버렸다. 억울하다. 넌 정말 너무 예뻐서 너무 예쁘다고 한 것뿐인데...

난 적당한 게 없다. 너무 예쁘고, 너무 좋고, 너무 슬프고. 너무가 입에 붙었는데 영어도 마찬가진가 보다.


삼성을 다닐 때 동료 Steve가 내 흉내를 내는데 Jasmine  say, 

"It's so~~~~~~~~~~~~~~~~~~~~ good! "

그냥 so가 아니라 힘을 주고 길게 늘여서 So~~~~~라고 늘 말하는 나.

날 흉내 내던 Steve에게 대학교 때도, 지금도 사람들이 나는 늘 과장한다고 말한다고 했더니 그가 내게 던진 말. 

"Because you are passionate! " 

내가 과장이 넘치는 게 아니라 열정이 넘쳐서 그렇다고 말해주는 동료 Steve가 얼마나 고맙던지..

또 그날 나는 남편한테 가서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내가 과장하는 게 아니라 열정이 많은 거래! 하면서...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과장 쟁이도 아니고, 엄살쟁이도 아니고, 그냥 세포가 큰 여자구나.

답은 정말 그거밖에 없다.

나는 태생적으로 크게 느끼게 태어났다. 좋아도 너무 좋고, 슬퍼도 너무 슬프고, 남들은 살짝 건드렸다는데 난 너무 아프다. 나의 기쁨, 행복, 슬픔, 고통을 느끼는 세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남들의 2배 아니 어쩜 10배 일지도 모른다.

나의 세포 중 가장 큰 게 아마 공감 세포일 거다. 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그냥 아예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그냥 관객이나 독자가 아니라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서 그 행복과 고통을 온몸과 마음으로 함께 느껴버린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뮤지컬을 하던 시절, 내가 젤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 디렉터가 한 말.

Jasmine 좀 봐봐,  저렇게 크게 많이 웃는 관객이 배우들에게 가장 힘이 난다고. 리엑션이 너무 좋다고. 


나는 미국에서 만난 천사들의 이야기를 묶어 책을 내고 싶다. 내가 곤경에 빠졌거나 힘들어할 때 신통방통하게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도와준 그들의 이야기.  ' 엥? 천사를 만난다고?' 내가 천사를 만난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에선 의문표가 보인다. 그럼 난 또 설명을 신나서 한다. 늘 다른 얼굴로 나타나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아마 누군가가 보낸 천사라고. 난 늘 그 천사들을 만난다고.


작년에 폭우가 쏟아진 어느 날, 내 오피스랑, 화장실에 전기가 나가서 나이 지긋하신 백발의 두 꺽다리 전기 기사님이 오셨는데 두꺼비집을 확인하셨는데,  무슨 소리가 난다며 재확인을 하다가 새까많게 타버린 전깃줄 조각을 발견하셨다. 전깃줄이 너무 느슨해서 합선이 됐었다고. 그 새까 많게 탄 선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그 기사분이 발견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기사분은 그런 합선으로 불이 날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천만다행이라고 느슨해 있던 전깃줄을 꽁꽁 안전하게 다시 묶어주셨다. 

만약 그 기사분이 조그만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면, 우리 집은 불이 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화재로부터 지켜주신 천사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들은 이 조그만 동양애가 라디오 DJ라고 하니 신기하다며 Billy Joel 신청곡도 얘기하셔서  앗 그 주에 마침 달라스에 빌리 조엘이 콘서트 왔는데 하면서 난 약속대로 Billy Joel의 Piano Man을 라디오에서 틀어드렸다. 방송에서도 이 두 천사분의 이야기도 했었다. 


내가 흥분해서 남편한테 전화를 했는데 우리를 화재에서 살려주셨으니 수리비 외에 팁도 더 드려야겠다고 했더니 남편 왈. 

"근데 그거 전기 기사 job 아냐?" 

당연하게 자기 할 일을 한 건데 그게 그렇게 흥분할 정도로 감사할 일이냐고...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 그냥 난 세포가 큰 여자인 거다. 감사함도 남들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느끼는...


내일은 또 어떤 천사가 뿅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날지 궁금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