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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l 25. 2024

1,000년의 팽나무를 품고 있는 마을(2)

마을회관에서 서쪽은 서동이다.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 마을안길의 모습, 촌락들의 모습들은 동동과 비슷하다. 중간 중간에 농가를 리모델링한 집들이 몇 채 보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헤치지는 않는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마을관계자들도 이런 부분은 다행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상가리 집단 거주지역을 벗어나는 마을 외곽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펜션이나 타운하우스, 카페나 음식점들도 있는 편이다.



서동 아랫마을 서하동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팽나무가 많은 동네다. 

지금 1,000년 팽나무가 있는 주위에는 예전에 폭낭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팽나무들이 밀집해 있어서 땅을 딛지 않고서도 이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면서 주위를 이동할 수 있정도였다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바라 다니는(*돌아다니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팽나무가 사라진 이유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 폐사도 있었지만 가장 이유는 태풍이었다고 한다. 많던 폭낭들이 모사라지고 지금은 1,000년 팽나무와 여기저기 남아있는 몇 그루의 노거수만이 옛날의 흔적을 담고 있다


1,000년 팽나무는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지상 7m 정도에서 부러지고, 나머지는 기울어져 지금의 누운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후 산림청의 부식방지 기술을 적용하여 동공화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는 하나 세월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든 없다. 

팽나무는 마을이 설촌되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 마을의 설촌보다 앞선 마을의주인이다. 설촌되기 전부터 마을의 모든 역사와 아픔, 애환을 알고 있다. 

 

1,000년 팽나무도 마을안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올레 어귀, 밭 한쪽 구석에 있다. 밭과 길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마을에서 팽나무의 위치는 항상 그러하다. 나무의 아래 밑동에는 사람 몇이 앉을 수 있는 쉼팡이 있다. 작은 돌로 쌓고 위를 시멘트로 평평하게 공사를 한 모습이 원형은 아닌 듯싶다. 원래 대부분의 댓돌을 바위 같은 큰 평편한 돌로 만든다. 다른 보강 작업을 안 하더라도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만든다, 아마 지금 쉼팡은 팽나무 고정 작업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서 변형된 게 아닌가 한다.   


길을 걷다가 무심하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다. 1,000년의 수령을 의심케 하는 나뭇가지는 가냘픈 모습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올레위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자세히 보면 나무 밑동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속은 비어가는 동공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제주의 대표적인 노거수로 상가리 마을의 수호목이다. 

팻말을 보니 1982년에 당시 수령이 1,000년으로 제주시에서 보호수로 지정 했다. 지금은 1,040년이 된 나무다.   

 

1000년 팽나무

  

1,000년 팽나무가 있는 마을안길에서 동쪽(상가리 1672번지)을 보면 돌담과 지붕을 뛰어넘고 하늘로 솟아있는 나무가 보인다. 돌담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견뎠는지 검다 못해 누렇다. 그만큼의 세월을 동고동락한 덩굴들이 겹겹이, 칭칭 돌담을 감싸고 있다. 울긋불긋 계절을 따라 물드는 덩굴들이 때때로 돌담을 분장시켜주기도 한다. 울담을 기대서 청춘의 색깔을 내뿜는 나무와 어색한 듯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령 300년이 넘은 진귤나무, 오래된 마을안길에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울담을 벗어난 귤나무는 제주의 토종 감귤 중의 하나인 진귤나무다. 산귤, 산물이라고도 불렀다. 수령이 3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진귤나무다. 

2008년 농업진흥청의 조사에 의하면 제주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귤나무가 185그루나 있다고 한다. 그중 300년이 넘은 나무도 11그루가 있는데, 최고령 나무는 상가리에 있는 367년 된 진귤나무라고 확인해 주고 있다.   


100년 넘은 토종 귤나무 185그루


진귤은 열매의 향기와 맛이 독특하여 지난날 세금으로 바치던 지방 특산물 중에서도 상품에 속했다. 한약재로도 많이 쓰이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제주시에서는 도련동 및 애월읍 등지에 오래된 진귤나무들이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감귤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으며, 재래종 감귤류 종류는 15종류 이상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제주 귤은 일본인들이 제주에서 가져간 귤을 개량하여 다시 들여온 품종으로, 현재 재래종 귤나무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귤나무들은 오랜 귤 재배 역사를 지닌 제주의 재래종 귤 원형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로 생물학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도 크다. 


370년 된 귤나무 세 그루...이걸 한 집안이?



상가리의 본동 마을은 고즈넉하고 전원적인 옛 제주의 마을의 원형을 비교적 많이 간직하고 있다. 빙글빙글 휘어지듯 돌아가는 마을 안길 하며, 나지막한 돌담과 돌담 너머로 보이는 넘쳐나는 귤나무는 마을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다. 올레 모퉁이 마다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폭낭들과 쉼팡들도 걷다가 쉬어가야 할 이유를 느끼게 해준다.     



상가리 마을은 마을 본동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농경지와 임야, 오름과 목장 지대까지 광범위한 면적을 가지고 있다. 아직 미개발된 지역이 많다는 얘기다. 

제주 이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이 지역에는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동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기고, 다시 마을 위에서 동서를 가로지르는 금가로라는 도로가 생기면서 주변을 따라 곳곳에 타운 하우스가 들어서고, 영업용 건물, 거주형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마을과는 거리가 있고, 주민들 사이도 교류가 없어서 영향이 덜하지만 그래도 상가리 주민들이다.  


새로운 변화의 길목에선 마을이다. 

제주와 마을 공동체의 원형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변화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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