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는 말 그대로 제주 253km 해안가를 끼고 바다를 보면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도로다.
일주도로는 해안도로 위에 있는 기존 마을을 통과하는 제일 오래된 제주의 메인 도로다. 방향에 따라 일주동로, 일주서로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일주도로라고 불렀다.
중산간 도로는 말 그대로 중산간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다.
횡단도로는 한라산 허리를 가로질러서 제주시와 서귀포를 연결하는 도로다.
이런 메인도로들과 그를 연결하는 간선도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지금 제주는 사통팔달인 도로 제주, 도로 민국이다.
제주의 해안선 253km를 연결하는 해안도로는 제주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관광명소다.
당초 해안도로를 건설하는 이유는 2가지다. 해안변 취락과 관광지를 연계하고, 해안변 일대의 자연경관을 관광 자원화하자는 하자는 이유와 주민편의를 위한 보조도로망 확충과 농어촌 소득원 도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계획은 바다를 매립하거나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사유지를 매입해서 도로를 건설하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1989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토지 보상 문제가 이에 따르는 예산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손쉽게 바다를 매립하거나 자연경관인 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이후에 닥쳐올 결과는 생각지를 않고 해안도로 건설이라는 목표에만 매몰이 된 것이다.
섬인 제주에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쉽고, 자원이 풍부한 해안과 포구를 중심으로 거주했다. 내륙과의 소통 역시 포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제주역사에서 해안과 포구는 문화의 보고다. 그런데 해안도로 개설 과정에서 제주 사람들의 삶의 원모습인 해안마을과 수많은 포구는 없어졌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훼손한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런 해안도로가 이제 제주에는 무슨 의미인지, 무엇을 주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질 때가 많다.
애월읍에는 하귀2리와 애월리를 연결하는 해안도로가 있다.
제주시와 애월읍의 경계인 하귀2리 가문동을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해안도로에는 가문동포구, 구엄포구, 중엄리 돌염전, 신엄포구, 고내포구, 애월포구를 거쳐서 한담해변을 들어서는 입구에서 멈춘다.
길은 아리랑 고개같이 돌고 돈다. 롤러코스터같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펼쳐진다. 바로 해안가를 끼고 있기에 달이는 승용차 안에서도 바다를 훤히 볼 수 있다.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도로에서는 바로 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높은 도로에서는 발밑에 펼쳐지는 초구를 한눈에 볼 수 있기에 드라이브 코스로는 최고다. 올레 16코스가 통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를 따라서는 각양각색의 먹을거리, 마실 거리, 쉴 거리가 즐비하다.
그중 으뜸은 저녁 시간 도로를 가득 메우는 중엄 돌염전 해변이다. 툭 튀어나오고 지대가 높은 신엄리 해변과 오랜 역사를 가진 구엄리 포구 사이에 해안선에서는 비교적 안으로 들어간 곳이다. 도로와 바다 사이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돌염전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바위에서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다. 검은색 바위와 평편한 돌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마치 무슨 행사라도 하면 좋을 듯 너른 곳이다.
넓게 펼쳐진 돌염전 너머로 보이는 신엄해안 절벽
중엄리 해안도로, 도로 위쪽은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히고, 아래는 돌염전과, 해안가 기암괴석들이다. 심술궂은 날씨, 바람 부는 날 해안가로 밀려오는 파도는 일품이다.
중엄리 바닷가는 새물에서 시작된다. 새물은 이 마을의 생명수이자 고향이다.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의 식수로 사용했던 곳으로 지금은 시멘트와 석축으로 잘 정리가 돼있다. 이제는 관광명소다.
지금은 그 많던 물이 바짝 말랐다. 작년 방문할 때만 해도 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가뭄의 영향인지 주위의 개발로 인한 물 흐름의 끊긴 것인지는 모르겠다. 바싹 말라 있는 새물의 바닥을 보고 있자니 내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다.
새물로 내려가는 길, 해안 절벽 위에는 산소 하나가 있다.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고 서 있다. 제주의 산소는 대부분 임야나 오름, 밭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는데 해안가 절벽 위에 있음은 이유가 꽤 궁금해진다. 산소의 주인이 바다와 관계있음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바싹말라 있는 새물과 입구에 있는 산소, 제주의 전통적인 산소모습이다
예전 이곳은 동네 사람들의 목욕탕이고 빨래터였다. 동네에 물이 나는 곳이면 아낙네들이 모여서 빨래하고 목욕도 하고, 동네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새물도 그런 곳이다. 지금은 새물 둘레에 높은 석축이 쌓여있어서 직접 바닷가로의 접근은 어렵다. 이 석축 건너 바위는 아이들의 다이빙대로 딱 안성맞춤이다. 바닷물이 싹 빠져서 해안 몽돌들만 보인다.
바닷가에 우뚝 선 바위 위에 폐그물이 걸려있다. 누군가 저위까지 무거운 폐그물을 가져다 놓을 리는 없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 밀려 들어왔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걸쳐서 남은 것으로 보인다. 수심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곳에서 보는 해안 절경은 너무 멋있다.
깎은 듯한 절벽, 작은 주상절리도 있다.
바닷가로 우뚝우뚝 솟아 나가 있는 바위들이 작은 섬같이 보인다.
해안에는 굵은 몽돌들이 제각기 모양을 하고 있다.
바닷가 바위에 걸려있는 폐그물과 주위 주상절리 모습
이곳 해안도로에는 여유가 있다. 친수공간인가? 도로가 바로 바닷가와 붙어 있지않다. 도로와 바닷가 사이에는 암벽 위에 무성의하게 나 있는 공간에 잡초밭이 있다. 이곳 바닷가 바위들은 대부분 평편하다. 그 바위 위에서는 잡초와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벤치도 있고 테이블로 있다. 올레길 16코스다.
여기도 모세의 기적이 있다, 물이 들어오면 길이 없어지고, 물이 빠지면 길이 생긴다.
이 길을 따라 낚시하러 건너갔다가 물이 들어오는 줄로 모르고 낚시하다가 고립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오늘도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는다.
모세의 기적이 나오는 해안가 여
여기 바닷가는 작은 바위와 몽돌들이 널브러져 있는 형태가 아니다. 하나의 큰 바위가 넓고 길게 그리고 평편하게 깔린 형태다. 바위 위에는 물이 들어왔을 때 독특하고 제작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움푹 파인 곳도 있고,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기다란 암맥 군을 형성한 데도 있다. 툭 바닷가로 떨어져 나가서 외로운 섬, 여가 된 곳도 있다.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 여기는 포토존이다.
웨딩촬영의 명소이기도 하다.
검은 바위들과 파란 바다색을 배경으로 하는 흰색 웨딩드레스의 모습은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작가들이 인생 컷을 남기기 위한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삼각대들이 세워져 있다.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저 멀리 수평선을 두고 떨어지는 석영의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
해안가에 남아있는 마을의 역사유산은 옛 중엄리 전분 공장부지다. 이제는 자식들이 그 널다란 부지를 그대로 살려서 카페 등 휴게공간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워낙 넓은 대지인데 아직 콘텐츠를 제대로 못 만난 듯 좀 썰렁하기는 하다. 좋은 기획가를 만나는 것을 전제로 먼 훗날이 기대되는 장소다. 옆에는 SNS를 타고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노을리카페가 있다.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주차 공간이 없는 해안도로에는 주말이면 북새통이다. 올레 16코스를 걷는 이들과 렌터카들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거리다.
그나마 돌염전과 바다라는 자연이 있어서 문명과 사람이 이글거리는 순간에도 여유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