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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소)가 다니던 질이 있던 쉐질마을, 소길리(2)

by 노고록

소길리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소길댁인 이효리가 매스컴을 타면서부터다.

물론 그전부터 장필순이 근처에 살았다고 하나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또 제주에 사는 연예인들이 많다지만 그들의 거주지를 대 놓고 제주에 산다고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로 은둔 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효리 씨 같이 방송에 대놓고 제주에 살고 있다고 밝히는 경우는 없었다.

예전에 제주는 멀리 떨어진 섬으로 변방의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제주사람이라는 것, 제주에 산다는 것을 감추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편리해진 교통과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제주가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제주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시대가 되었다. 격세지감이다.



소길리는 본동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쭉 뻗어있다.

본동에서 평화로까지는 길을 따라 새로은 건물들이 쭉쭉 들어서 있다. 이효리가 살던 효리네 민박도 이중간 어느매쯤에 있다.

평화로로 가는 길은 풋감길인 장소로다. 장전리와 소길리를 연결하는 도로라는 뜻이다. 소길리 마을의 한질이다. 가로수는 이 마을의 상징이 풋감나무다. 이식한 지 얼마 되지는 않은 듯 하나, 여름과 가을사이 파란 풋감이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은 제주적이다.


본동을 막 벗어나는 길, 길 좌측에는 높은 언덕이 나온다.

소길 마을의 상징인 멍덕동산이다. 입구에는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녹고뫼권역 종합안내도다. 녹고뫼권역은 장전리, 소길, 유수암리를 얘기한다. 노고뫼오름 주위에 잇는 3개의 중산간 마을이다. 2010년 권역개발사업을 하면서 세워진 안내판이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커다란 방문자센터가 나온다. 지금은 찾는이가 없는 모양이다.


먿덕동산에 오르면 고즈넉한 소길마을 본동을 가로질러서 멀리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멍덕동산 언덕배기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마을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4.3 때 마을사람들이 보초를 서기도 했고, 지금도 4.3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멍덕동산 주위로는 곡반제단, 석관묘, 4.3성, 소길리 종합운동장이 있다. 종합 유적지다.

동산 입구를 북쪽으로 올라서면 돌담으로 정결하게 정돈된 곳이 보인다. 그리고 가운데는 비석이 하나 있다. 곡반제단이다.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승하했을 때(1926년) 소길리 인근의 양반들이 모여서 임금이 있는 북쪽 한양을 바라보며 곡을 하면서 배례를 했다는 곳이다. 마을단위 곡반 설립을 알 수 있는 도내 유일의 흔적으로 인근에 유생이 많던 양반촌임을 알 수 있는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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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덕동산에서 보는 전망..멀이 바다까지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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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묘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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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덕동산 정자와 옆 4.3성벽/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한 방문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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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반제단

동산 아래에는 좀 낯선 석관묘가 있다. 낯설다는 것은 원래 자리가 여기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고려시대 고분의 흔적이다. 원래는 인근 좌랑못 남쪽 양시우 씨의 밭에 있었다고 한다. 일제 때 도굴꾼들에게 의해서 도굴된 후 석관을 분리해서 이곳저곳에 방치했었다고 한다. 1974년 이 석관의 보존가치가 확인되면서 지금 이 자리로 옮겨와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유일한 석관묘라고 한다.


소길리 종합운동장은 제주에서 드문 야구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2008년 농어촌지역 특화사업 마을로 선정돼 "따뜻한 정감이 흐르는 풋감마을"을 테마로 가로수와 운동장 주변에 감나무를 심었다. 운동장은 천연잔디다. 탁 트인 주변과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주민들에게는 사계절 운동장소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각종 행사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구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에게는 아주 절실한 장소가 되고 있다.




멍덕 동산을 내려오면 평화로로 가는 길인 풋감길 장소로다. 제주 이주의 붐을 타면서 길 양 옆에는 타운하우스와 빌라, 근린생활시설들이 즐비하다. 바로 아래 본동마을에서 볼 때는 낯선 동네가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도로 우측으로 난 길을 들어섰을 때다. 예전 효리네 민박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도로에서 직접 조망이 어려운 넓은 임야지대가 나온다. 군데군데 고급주택과 빌라, 타운하우스들이 들어서 있다. 깜짝 놀랄 정도의 규모다. 지금은 군데군데 비어있는 집들도 많이 보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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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안길로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모습들

어떤 생각과 의도로 이곳에 집을 지었는지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몰론 어떤 생각을 갖는지는 본인의 자유의사다. 단지 그 자유의사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이나마 피해를 주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사는 속세를 떠나 이곳에 지었다기에는 뭔가는 부족하다. 별장이라기에 더욱 주변 자연환경이 아쉽다. 바다도 한라산도 안 보인다. 임야지대 벌레와 모기의 서식지일수도 있는데 하는 걱정이다. 효리와 같은 동네 살면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다는 공존의식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아쉽다. 결국 그 아쉬움은 제주에 남는 사람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장소로를 올라가서 평화로에 들어서면 소길의 옛 자연마을인 원동이 나온다. 예로부터 제주와 대정을 오가는 사람들이 머물면서 곳이라 한다. 주막도 있어서 가고 오는 나그네들의 대포 한잔을 기울일 수도 있던 곳이라고 하는데, 4.3 때 집단 학살로 소개된 잃어버린 마을이다.



소길 마을을 한번 둘러보는 것은 "제주 소길리 4.3길"을 한번 걸어보면 된다.

2022년 연말이 개설이 된 마을길로, 4.3의 주요 흔적을 보고,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길이다. 마을 자체가 4.3 때 소개되었다가 복구된 마을이어서 그런지 마을 곳곳이 4.3의 아픈 흔적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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