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이야기
아주 오래전 휴대폰 광고 중에 "가로본능"이라는 카피가 있었다.
세로였던 휴대폰을 가로로 돌릴 수 있는 것이 획기적이었던 광고였다.
내가 붓글씨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이 가로획이었다.
지금도 오랫동안 붓글씨를 써온 나이지만 언제나 가로획을 쓸 때는 긴장이 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가로획을 써왔고 나름 자신도 있었는데
어느 날, 가로획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이 짧고 간결한 획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이 보였다.
다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알게 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글이 어떤 미술작품보다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하나의 글자보다 자음과 모음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만 있다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한글의 장점이고 한글서예의 우수성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지도를 할 때면 역시나 가로, 세로를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그 과정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면 붓글씨를 배우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처음의 기본이 나의 실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붓글씨를 잘 쓰는 비법은 없다. 영어공부에 왕도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꾸준한 반복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과 그것을 지루해하지 않는 인내심이 있다면
그것이 곧 완성이다.
나 역시 가끔씩 지치고 힘들 때가 있지만 한글과 붓글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