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끼일까? 거북이일까?
사람들이 내게 묻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한글과 한문 중에 뭐가 더 어렵나요?" 또는 "뭐가 더 쉽나요?"
그럴때 나의 대답은 "저는 한글이 좋습니다."라고 답한다. 내 생각으론 우문현답이다.
뭐가 더 쉽고 어려운지는 답을 할 수 없다. 개인이 느끼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취향차이 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한글서예를 배우기 시작할 때 한문이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은 한글이 더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글서예를 처음 배울때 가로,세로, 이후 가장 먼저 만나는 자음.나는 요즘 자음이 더 좋아졌다.
한글서예를 사랑하지만 지금처럼 자음에 애정을 가진 적은 없다.
자음을 얼른 배워서 제대로된 문장을 쓰고 싶은게 배우는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다.
그런데 나는 요즘 거꾸로 글자를 분리시켜 자음과 모음을 따로 관찰하는 것이 더 재밌어졌다.
세종대왕님의 한글창제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현재 나의 새로운 관심사가 된 자수와 한글서예의 만남에도 흥미가 많아졌다.
한글을 계속 곁에 두고 있었지만 수를 놓기 시작하면서 자음 하나하나를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살펴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예전에는 얼른 문장들을 완성시켜서 결과물을 보고 싶어 마음이 급했던 적도 많았다.
그때는 글자가 모여 전체가 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고, 그것을 위해 글씨를 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음 하나를 보면서 결과물을 만들고자 했던 마음도 느긋해졌다.
근본적으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모여서 글자가 되는 것인데, 그것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슬로우 푸드가 있듯이 한글서예도 슬로우다. 느릿느릿, 그러나 쉬지않고 꾸준히, 거북이처럼..
세상이 빠르게 달라질수록 가끔은 초조하다.
내가 따라가기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나만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급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느릿느릿한 일을 하고 있다.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간다해도 모두가 빠를 수는 없다.
나같이 느린사람도, 느린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토끼와 거북이 처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판단 할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지금 천천히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