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일, 월 3일간의 황금연휴인 근로자의 날에 공무원은 출근한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공무원은 근로자 취급을 받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은 근로자의 날에 출근한다. 지방직 공무원이나 일부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특별휴가를 제공해 실질적인 휴일을 보장받지만 대부분의 국가직 공무원은 특별휴가가 없다.
내가 소속한 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행정기술직만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일반, 등기 배송을 담당하는 집배원분들, 창구 현업을 담당하는 우정직분들, 기계설비를 담당하는 기술직분들, 그리고 창구 현업을 포함한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직이 있다. 모두 같은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집배원분들과 우정직분들은 근로자의 날에 기본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 휴무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하신다면 휴일근무수당을 받는다. 반면 행정직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관내국에 있는 행정직은 모두 창구 현업인데 말이다.
그래도 이런 고충이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는지, 근로자의 날 기념 대국민 우정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우체국쇼핑몰 상품권 3만 원을 받았다. 액수가 조금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는 게 나름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듣기로는 공무원노동조합에서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단체행동권이 없는 노동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게 참 감사하다.
이렇게 문자가 왔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근로조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힘들다.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많고 외부에서마저 불쌍하다는 시선을 보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급여야 그렇다 치더라도 근로자의 날 같은 휴무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민간영역에서 모두 휴무를 해도 관공서는 어느 정도 업무처리가 되어야 긴급을 요하는 민원에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급하게 은행 업무를 봐야 하는데 아예 업무 자체를 하지 않으면 참 곤란하지 않은가? 사실 우편은 조금 이상하긴 하다. 집배원분들이 휴무기 때문에 창구 직원은 출근해서 그냥 접수만 받아둔다. 미리 받아두기 때문에 연휴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 과부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애써 생각해본다.
아직은 공무원은 봉사자라는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이렇듯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이렇게 고생하는 공무원이 있고 이 정도 푸념은 할 수 있겠구나 알아주는 마음을 바란다. 인터넷의 광활한 공간에서, 심지어 오프라인에서마저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수식어가 붙는 상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