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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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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Aug 16. 2023

1편 / 1화.

마른하늘에 날벼락.

따르르릉!!!

요란한 시계소리에 귀찮은 듯 손을 휘적인다. 손에 잡힌 자명종 시계의 알람을 투덕투덕 끈 뒤 부스스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 월요일이네... 월요일은 왜 이렇게 로켓배송 같은 거야'


월요일 아침은 늘 그렇듯.. 5분만 더 누워있자를 읊조리며 다시 풀썩. 침대에 누워버린다

그때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현성~!! 일어났지??!!"

"네....."

"엄마 오전부터 중요한 회의 있어~!! 식탁에 사과랑 시리얼 꺼내놨으니까 그거 챙겨 먹고 학교가~!!

"ㄴ......"


탁! 띠리링~    

내 대답이 체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잠깐 눕는다는것이 잠들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9시를 향해 쏜살처럼 움직이는 시곗바늘. 난 악몽을 꾸다 깬 것처럼 용수철 튀듯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다닥 교복만 챙겨 입고 눈곱을 떼며 현관으로 내달린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20분. 버스를 타면 5분이면 도착하지만 지금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미친 듯이 달리면 수업시작 전에 도착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담탱이. 월요일의 시작을 무척이나 중시하는 그런 분이다. 일주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월요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 바로 월요일 지각이다.

난 이제 일주일간 화장실청소와 담임의 모든 심부름 등등 담탱이의 종살이가 시작될게 뻔하다.


횡단보도 앞에 다다른다. 초록불이 되길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을 때. 초록색 불이 점등되는 순간.

횡단보도 끝만 보고 그 즉시 나는 내달린다.


빠앙-!!!!   퍽!!


'어? 뭐지? 내 몸이 하늘로 날아가..ㄴ... 다....'




촤라락 커튼소리. 슬리퍼 끄는 소리. 다다닥 뛰는 소리. 생활소음이라 하기엔 영 귀에 거슬리는 소리들이 내 귓가를 때린다. 눈을 뜨고 싶은데 감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눈부심에 쉽게 눈이 떠지지 않는다.

힘겹게 힘겹게 천근만근인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애썼다. 반쯤 떠진 눈으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엄마는 날 보지 못하셨다. 이윽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 일어서시며 잠에 취한 듯, 약에 취한 듯 한 나의 눈과 엄마의 눈이 마주쳤다.


"어.. 머.. 어머!! 어머!!! 현성아! 현성아?"


귓가에 엄마의 말소리가 웅웅 울린다. 마치 100미터 전에서 말하는 소리처럼.. 눈앞에 시야도 흐릿하게 뿌옇고 나에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다.


선생님!! 간호사!!! 우리 애가 깨어났어요!!! 여기요!!!!"


의료진을 부르며 엄마가 병실밖으로 뛰어나가신다. 역시 엄마의 목소리는 병원전체를 뒤흔들만한 괴력이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못하고 멍하니 힘겹게 눈만 꿈뻑이며 있을 때 내 얼굴 위로 은색머리칼을 한 인간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이~ 살아났네! 예상보다 오래 자길래 좀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머야.. 이 사람은. 생전 본 적도 없고 왜 저따위로 나한테 말하는 거야.'


"일단 우리 얘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네가 오래 자는 바람에 할 일이 많이도 밀렸단 말이야.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엄마부터 안심시켜. 너네 엄마도 니 옆 병상에 누우 실 판이셨으니까."


그때 엄마와 의료진이 나를 살피러 들어왔다. 다른 침대의 환자와 보호자들도 관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휴. 드디어 깨어났네. 잘됐네 잘됐어~"



"최현성 군. 정신 들어요? 여기 어디인지 알겠어요?"

"아들. 엄마 알아보겠어?"


한꺼번에 많은 말들이 들리면서 머리에 깨질 듯 통증이 느껴진다. 얼굴을 찡그리고 괴로운 얼굴을 하니

의사는 큰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당장은 절대 안정이 중요하다며 엄마의 손을 잡아주신 뒤 병실밖으로 나가신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어려운 용어들로 머라 머라 지시를 하신다.

그런데 그때.


'어? 저 사람. 아까 나한테 재수 없게 말한 그놈이잖아. 의사였어?'


의사를 뒤따라 나가던 그놈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한다. 더럽게 재수가 없다. 저런 놈도 의사가 되나 생각하며 다시 자버릴까 고민했다.


이내 내 손을 잡으시는 엄마. 금방이라도 엉엉 소리 내 울 것만 같은 얼굴이다.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휴 정말.. 그래도 이렇게 일어나 대견하다.. 고맙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 괜찮아 엄마.... 근데 좀 어지러워..."

"너무 애쓰지 말고, 일단은 누워서 눈도 감고 있어.. 너 지금 3개월 만에 깬 거야.. 잠 많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오래 자고 일어나는 게 어딨어~"

"..........."

"일단 좀 쉬자.. 아무 걱정 말고.. 살았다 내 아들.. 이제 진짜 살았어."


그날. 횡단보도를 달려오던 봉고차에 난 사고가 났다. 그때 기절한 나는 지금 깨어보니 이 병원 병실이다.

시일이 점차 지나고 나는 몸을 회복해 나갔다. 3개월의 치료로 골절된 다리와 갈비뼈는 다시 붙었지만 오래 누워있었던 터라 재활치료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이었다.


어느날. 재활치료실 치료를 마친후 힘겹게 내 병실로 이동 중이었다. 저 멀리서 나에게 환희 웃으며 미친 의사가 다가온다.


'저 의사새끼 나한테 또 윙크하면 죽방을 날려버릴 거야.'


"몸은 좀 어때? 이제 조금 걷기도 수월하네?! 킫킫"

"왜 그렇게 비아냥대며 웃어요. 사람 기분 나쁘게."

"어, 난 그럴만한 사람이라 그래. 뭐 거기까지 아직 자세히 알건 없고.. 이제 이 정도 걸으면 가능할 것 같으니 오늘밤부터 시작하자. 나도 바쁜 사람이야~ 그만 기다리게 해. 그럼 준비하고 이따 밤. 에. 보자~"


머야. 저자식.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어~수빈씨. 점심 맛있게 먹고왔어?”

네~선생님도 식사 잘 하셨어요~?^^”

아니, 나 수빈씨 밥 잘먹고 있나 걱정하느라 코로 밥 먹고 왔어~ 봐바 여기. 밥풀 껴있지? 응?응?”

아~ 머에요 선생님~~진짜 장난은..ㅎㅎㅎ”


머야. 저자식. 하는짓도 등신같네. 진짜 의사된게 신기하다. 분명히 대리시험쳐서 된걸거야. 그게 아니고선 저 등신이 의사가 될 리 없지...’


저녁식사가 나왔다. 이따 보자던 의사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병원밥은 먹고 나서 3시간만 지나면 허기가 진다. 출출한데.. 싶을쯤 다시 회사에 출근하시는 엄마가 퇴근하시며 간식거리를 사들고 병실로 들어오신다.

빵이며 두유 음료들을 내 자리 캐비닛에 넣어두신다.


과일을 깎아 옆 환자들도 나눠 주신 뒤 내 옆에 앉으신다.

내가 먹을 과일과 떡을 접시에 올려놓으시면서 미안한 듯 말을 꺼내신다.


"엄마가 3개월 회사에 휴가를 썼더니 처리할 일들이 많이 밀렸어~ 일단 간식거리 사다 뒀으니까 출출할 때 챙겨 먹고. 필요한 거 있으면 카톡 남겨놔~ 엄마 3일 정도 야근해야 될 것 같아~"

"알겠어 걱정 마~"

"식판도 내놓기 힘들면 간호사 누나한테 부탁하고~"

"많이 안 힘들어. 어차피 자꾸 걸으면서 운동해야 되는데 뭐~"

"그래도.. 걱정이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응응. 알았다니깐."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그 미친 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뭐야.. 밤에 보자더니 왜 안나타나? 하긴, 내가 기다릴 필요가 있나~ 용건 있는 사람이 찾아와야지.

잠이나 자자.'


침대에 누워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난 잠이 들어버린다. 아니 다른 세계로 이동해 버린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야! 너 이제 자기 전에 뭐 먹으려고 하지 마! 예상한 시간보다 한참 늦게 자버렸잖아!"


어? 미친 의사? 머야? 꿈이야? 하며 두리번거리니 내 뒤에 그 미친 의사가 있다. 처음 깨어날때 어렴풋이 보였던 은색머리칼에 흰셔츠와 줘도 안입을 샛빨간 정장을 입고 서있다. 남자새끼가 빨간색이라니..


"머? 미친 의사? 이게 죽을라고. 아직 정신이 안 들었냐? 어디 감히 나보고 미쳤대?"

"아니. 머에요? 당신 내 꿈에 나온 거야? 왜? 악몽이야 이거??"

"머 일단 이해시키려면 백만 년은 걸릴 테니까 일단 시키는 데로 해. 자 이거 받아."


내 손에 수첩과 볼펜을 쥐어준다.


"어려운 건 없고, 그냥 네가 보고 들은데로 쓰기만 하면 돼. 그리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전송하기만 하면 되는거야. 어때? 쉽지? 간단해~ 한글만 쓸 줄 알면 되는 거니까."

"근데 그걸 내가 왜 해야 되는데요?"

"내가 일 많이 밀렸다고 말했지~ 궁금한 건 알겠는데 하다 보면 알게 되니까 그냥 시작해. 지금은 설명할 시간 없다. 일단 따라와."


투덜대며 일단 그의 뒤를 따른다. 어? 낮에 재활치료가 좋았는지 다리의 통증이 전혀 없다. 신기하다.

아. 꿈이라서 그런가 보다. 내 다리가 예전처럼 휘적휘적 잘 걷는 것을 경험한 나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쿵.

“아야.”

“앞 좀 잘 보고 다녀. 이 멍청아.”

“갑자기 선 아저씨가 잘못이.. 아씨 진짜.”

“아씨 진짜 하지 말고. 앞을 잘 보고 다니라고 네가 다 보고 기록해야 할 것들이니까.”


어리둥절한 얼굴로 앞을 보니.

‘여기 내가 있는 병원인데... 어? 나 저기서 자고 있네?’


“혹시 나 죽은 거 아니죠? 나 왜 저기서 자고 있는 게 보여?”

“죽은 거 아니고 자고 있는 거야. 여긴 꿈속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

“어디로 갔나? 나의 사랑 수빈씨가~~~~”


‘머야 그 간호사 진짜 좋아하나? 꿈속에도 찾을 정도면 찐인데?’


“저기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현장을 기록하는 거야. 모든 대화들. 모든 행동들까지.”

“네…”


나는 일단 대답을 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꿈속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도 하니까… 똥 밭에 구르면 돈복이 생긴다고도 하는데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것이 꿈속 아닌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일단 해.’라는 건 ‘언젠간 알려줄게.’가 내재된 것이라 생각하며 앞에 펼쳐진 상황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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