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의 선택과 습관의 결과
세일보트(Sailboat)의 항해에서 바람은 필수적이다. 어떤 날은 순풍이 배를 밀어주지만, 어떤 날은 거센 역풍이 앞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럴 때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돛에 달려 있다. 바다는 언제나 불규칙한 바람으로 가득하지만 돛은 바람을 막지 않고 바람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대로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각도를 달리하며 바람을 나의 힘으로 바꾼다. 정면에서 역풍이 불어도 돛을 비스듬히 세우면 배는 지그재그 항로로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거센 바람이 우리 삶에 불어오곤 한다. 예상치 못한 위기와 실패는 늘 우리 앞에 찾아온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되거나, 애써 준비한 계획이 무너지고, 공들였던 인간관계가 흔들리며, 오래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빛을 잃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그 바람을 멈추려 하지만, 애써도 막을 길이 거의 없다. 그 역경과 바람은 애초에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의 성공담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 또한 삶의 여러 가지 역풍 속에 있었다. 한때는 생활보조금에 의지하는 삶을 살았고, 싱글맘으로서 생계를 꾸려야 했으며, 원고는 출판사마다 거절당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 상황이 항해를 멈추게 하는 강한 역풍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롤링은 바람을 막으려고 하는 대신, 원고를 놓지 않았고, 글을 쓰는 리듬을 지켜내는 선택을 하였다. 결국 해리 포터는 전 세계 수억 명의 독자를 만났고, 그녀의 돛은 바람을 순풍으로 성공적으로 바꿔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을 운명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과 습관의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내리는 작은 선택들이 결국 삶의 모양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외부 조건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조건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우리 자신의 몫이라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는 도구는 우리 각자의 손안에 있는 돛이다. 돛은 삶을 향한 우리의 태도이자 선택이며 의지이다. 세일링 요트의 돛이 바람이 거셀수록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의지와 방향은 거친 역경과 바람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결국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외부의 바람이 아니라 돛을 쥔 우리 내부의 마음가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역풍을 우리를 멈추게 하는 힘이 아니라, 낯선 바다로 이끄는 또 하나의 문을 여는 힘으로 바꿀 수 있다. 매 순간 돛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우리 앞의 바다는 전혀 다른 빛깔을 띠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둡고 막막한 풍경일 수 있으나,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삶의 항로는 달라지고 돛이 그려내는 길은 한층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