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Point & Second Wind
오늘은 이프로님의 프로그램에 따라 Gym에서 운동을 했다. 여러 동작이 이어지며 점점 숨이 가빠지고, 스피닝의 전력질주 구간에 이르자 다리는 불에 타는 듯 아파왔고 근육은 경련을 일으킬 듯 뻣뻣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페달을 멈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고통의 순간을 그냥 지나쳐 버리면 어떨까.
운동에서 흔히 말하는 사점(dead point)은 몸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임계 지점이다. 호흡은 거칠고, 다리는 무겁고, 마음은 멈추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포인트를 그대로 지나면 전혀 다른 국면이 열린다. 호흡은 안정되고, 몸은 리듬을 되찾으며, 새로운 힘이 솟는다. 이것이 바로 세컨드 윈드(second wind)이다. 고통의 절정에서 뜻밖의 자유로움이 피어나는 경험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삶에도 늘 이런 순간이 있었다. 목표를 향해 달리다 한계에 부딪히면 속도를 늦추고,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버틸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 짐을 놓아버리기도 했다. 나는 과연 사점을 뚫고 나아가 세컨드 윈드에서 성취의 순간을 맛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순간 나는 그 문턱에서 멈춰 서버렸다. 짧은 안도는 있었지만, 결국 가장 값진 경험은 놓쳐버린 셈이었다. 그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사점(Dead Point)이 우리를 꺾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한 호흡 더 깊은 자리로 들어가라는 신호 같다. 페달을 멈추지 않고 한 박자만 더 버텨내면, 세컨드 윈드는 분명히 찾아오기 때문에, 그 순간 우리는 한층 단단해진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 지쳐버린 관계,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 혹시 지금의 우리도 지치고 타들어가는 아픔을 느끼는 인생의 어떤 사점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멈추자는 유혹의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어둠이 가장 짙을 때 새벽이 열리듯, 그 지점은 끝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일 수 있다. 페달을 멈추지 않고 조금 더 밀어붙이는 순간, 고통은 점차 가라앉고, 낯설지만 분명한 힘이 찾아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세컨드 윈드가 찾아오게 된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 포기하지 말자. 지금 숨이 차고 발걸음이 무겁더라도, 한 번 더 호흡을 이어가 보자. 그 너머에서 어제의 나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