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법적 사고의 종말

각자의 몫

by 캐나다 마징가

며칠 전, 밴쿠버 지역 매체에 ‘마법적 사고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많은 독자들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그 글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했다. 캐나다가 직면한 문제들을 미국의 관세나 세계 경제의 불안 같은 외부 요인만을 탓하며 본질을 외면하지 말고,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각자가 해야 할 몫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법적 사고(magical thinking)란 생각이나 의지만으로 현실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태도를 말한다. 과거의 주술과 부적과 같은 형태에서, 지금은 근거 없는 낙관과 자기 위안의 언어로 변형되어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마법적 사고 속에 살아간다. '곧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는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행동을 미루고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려는 무의식적 태도가 숨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우리 사회 전체에 자리 잡으며 변화의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집값은 곧 안정될 거라고, 경기는 언젠가 회복될 거라고, 갈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낙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주거난은 더욱 심화되고, 전쟁과 기후 재난은 일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으며, 경제적 압박은 개인의 삶을 조여 온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시간을 흘려보내는 자기 위안이 되고 만다.

또한 기술과 자본 역시 새로운 형태의 마법적 사고를 부추긴다.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노력보다 투자가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는 환상, 데이터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 그 모든 믿음의 바탕에는 ‘과정’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한다.

tempImageEmjs1C.heic THE Met Cloisters in NYC

‘마법적 사고의 종말’은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숙한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과정의 축적 없이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기적처럼 보이는 해답조차, 그 이면에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며, 작은 약속을 지키고,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는 행동이 쌓일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마법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지만, 그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대부분 외부의 장애물은 마치 날씨와 같아서 우리는 비가 올지, 해가 뜰지는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옷을 준비하고 어떤 습관으로 대응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본질을 외면한 채, 외부 요인을 탓하는 일은, 매번 같은 비를 맞고도 우산을 준비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려는 태도는 현실을 움직이는 가장 현실적인 마법이 된다. 세상에 완벽한 해답은 없고, 누군가 대신해 줄 구원도 없다. 그러나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제도가 되고, 그 제도는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진짜 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책임을 감당하려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