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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n 02. 2024

나의 7살에게

 '이 삶이 너무 버거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내가 바라는 행복은 내겐 해당되지 않아,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 엄마는 더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모든 원인은 내가 태어나서인 것 같아,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죽고 우리 가족이 단 1년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란한 소리로 가득한 반지하의 내방 문 건너로 들리는 소리를 모른 척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했다. 끔찍했고 지옥은 멀리 있지 않았다.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라는 곡을 좋아한다. 이 곡은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랐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노래방에서 남자 키로 바꾼 후 즐겨 부르다 울먹였다. 가끔은 생전 모르는 가수들의 노래에 위안을 받음이 뭉클하게 신기하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과연 내가 없었더라도 우리 집은 조용했을까. 내가 있기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는 부모의 말은 나를 방패 삼아 자신들의 삶을 긍정하려는 억지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든 해내고 또한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과거들을 들추다 보면 너무 가슴 아프다. 아이는 때에 맞춰 밥을 먹이고 잘 재우면 성인이 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사실을 너무 자주 잊었던 게 아닐까. 아니면 생각하기 싫었던 걸까.




 처참한 과거가 쌓여온 이들이 많겠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않을 수 없게 된 이들이 밤하늘 별들처럼 무수히 많겠지. 그런 보이지 않는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자라나는, 자랐던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다. 아주 독한 술 같지만 언젠가 넘겨야 성장할 수 있기에. '나의 부모도 인간이지만, 그 결과가 비인간적인 것을 나에게 전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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