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 Jun 10. 2024

자신감이 없어진 사람

홀로 1년 3개월 정도 지냈다. 오랜 만남 짧았고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았다. 질질 끌고 온 탓에 그리움과 추억들도 흩어져 버렸다.





다시 이성을 찾아 떠나야 할 때, 머뭇거리며 헤매고 있다. 무엇이 맞는지 몰랐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 늘 이러다 또 갈 길을 찾겠지만 지금은 지독하게 시작에 인색하다.


과거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었다. 과하기도 부족하기도 했었지만 무식했기에 용감했다. 지금은 과거를 회상하며 편의점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노인이 된 기분이다.


그런 연유로 최근에는 지인들과 연애에 관한 한탄을 자주 한다. 나의 끝말은 "제가 아직 덜 간절한가 봐요, 조건을 너무 많이 보게 되네요" 등과 같은 겁쟁이의 말을 남긴다.




그러자 "그건 하나의 단점이에요, 그렇게 조건을 살핀다고 해서 행복한 만남이 되는 건 아니에요"라는 당연한 말들에 귓방망이를 얻어맞았다. 역시, 당연한 말들이 가장 아프다.


다행히도 금방 정신을 차리며 트레드밀에서 뛸 때를 떠올렸다. 가장 뛰기 좋을 때는 내가 트레드밀 위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을 때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 외롭다는 생각을 던져냈다. 함께해야 한다는 강박에 조급해지지 않으려 이것도 던져내야겠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디뎌 보자.


원래 첫 여행에서 잔뜩 챙겨간 짐들이 대부분 포장지도 안 뜯은 채 무겁기만 하다는 걸 깨닫듯, 오늘도 조금 삶의 무게를 덜어냈다. 아직도 많겠지만, 이것도 잊어야겠지.


이전 12화 주절주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