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교육개발센터 <혁신수업 우수사례>
어느 날, 성균관대에서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을 통해 제작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런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가 실제적인 제작으로 연결되기까지 이어진 일이 별로 없었기에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또 견적만 받고 말겠지 생각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좀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드는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26>처럼 만들어 주세요
신기했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습니다만, 26살의 이야기를 자체 콘텐츠로 만들면서 이게 일이랑 연결될 거라는 기대를 당연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냥 저희의 필요와 호기심으로 만들었던 그 콘텐츠를 콕 짚어 이렇게 만들어달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일은 성균관대 안에 있는 교육개발센터에서 소개하는 혁신 수업 우수 사례를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해에 만들게 된 프로그램은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수업, EBS 같은 곳에서 '거꾸로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던 프로그램입니다. 강의자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뒤집어 학생들의 의견과 질문에 대답해 주는 방식의 수업이죠. 이 플립러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미니다큐 형식으로 소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실제 학교에서는 이렇게 플립러닝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교수가 먼저 온라인을 통해 이론 강의를 올립니다. 그러면 그 강의를 학생들이 수업 전에 먼저 듣고 공부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올리고, 교실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수업에선 취합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곳은 토론을 통해서, 그리고 어떤 곳은 실제적인 실습을 통해서 말이죠.
두 편을 만들게 되어서 함께 일하는 선배와 한 편씩 나눠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영상에 출연할 학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용과 졸업반에 있던 분이었어요. 졸업을 맞이하면서 무용을 계속해야 할지, 혹시 하지 않게 된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여러 가능성과 부딪혀 보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촬영은 하루 동안 서울과 수원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 전 준비 과정과 수업 시간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과 주인공 학생을 인터뷰 해서 이야기의 척추를 만들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무용을 하는 학생이어서 연습실 한 곳을 빌려서 무용 연습을 하는 장면도 촬영을 했습니다. 아무튼 하루 남짓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촬영하기 위해 애썼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교회가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청년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었죠. 늘 느끼지만 다큐멘터리 피디의 가장 큰 매력은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의 삶을 길지는 않더라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 학생은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용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았을 때, 결국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찾게 된 약간은 새로운 학문이 플립러닝 교과목인 '기능해부학'이었습니다. 수업에 들어가려고 교수님께 따로 메일도 보냈다고 해요. 꼭 이 수업이 듣고 싶다고. 그래서 교수님도 흔쾌히 이 학생을 위해 자리를 열었고, 서울 캠퍼스에서 수원 캠퍼스까지 이동해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강의 시간에 늘 별 준비 없이 들어가 앉아서 교수님이 전달해 주시는 '갑자기' 쏟아지는 '일방적인' 정보를 듣고 왔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놓치는 것도 많았고, 질문을 던질 생각조차 못할 때가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 플립러닝 수업은 사전 강의를 나의 타이밍과 나의 속도에 맞춰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슷로 공부할 수 있어서 더 얻는 게 많은 수업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의 속도에 맞춰서'
그리고
'스스로 던지는 질문'
새로운 지식을 얻는 이 수업 방식에서 나온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에도 정말 맞닿아 있는 키워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만난 출연자 분도 이 수업을 들으며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내가 이 수업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이
저의 앞으로의 시간들에서도
내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좋은 영향이 되지 않을까요
이 출연자 분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꾸준히 이 수업의 방식을 삶의 루틴 삼아 살아가다 보면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을 거라는 웬지 모를 확신? 기대?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다큐멘터리 속의 주인공들도 스스로 던졌던, 혹은 옆에서 던져주는 질문들에 답하며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발견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 분들에게는 자신도 모르던 삶의 길을, 나만의 가치를 발견하는 좋은 방식이기도 했죠. 결국 답을 찾는 가장 좋은 길을 '질문을 던지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낯선 길을 걸어보며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한 청년을 보며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또 인터뷰를 하러 어딘가로 향합니다. 이번에 만나는 분께는 또 어떤 질문을 던져볼까요? :)
성균관대 교육개발센터 혁신수업(플립러닝) 우수사례 - 기능해부학 수업 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3wk7a98U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