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였다.
한 달쯤 지났을까
나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여과집진시설(Bag-Filter) 경쟁 입찰이 있었다.
보통 입찰 준비는 이승훈팀장과 내가 도맡아 했다.
하지만 이승훈 팀장은 당시 현장 시공 관리를 위하여 장기 출장 중이었고, 내가 입찰을 위하여 견적서 등을 준비하였다.
시간이 촉박하였지만 예전 자료들을 찾아보며 신중을 기하여 준비했다.
이윽고, 입찰 당일이 되었다.
입찰은 최저가 입찰이어서 투찰 종료와 동시에 결과가 공개되었다.
우리가 낙찰되었다.
“김정우 과장, 첫 입찰 준비 고생 많았다.”
양병수대표가 웃으며, 인사말을 건넨다.
“예, 감사합니다.
첫 입찰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입니다. “
“그래, 공사 준비는 이시운상무님이 하실 거야, 잘 설명드리고 “
“예”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김과장, 내역서에 이 내용이 빠진 것 같은데 너 확인했어?”
“이 부분은 여과포에 일체형으로 구비되어 있어 굳이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양대표는 뭘 확인한 거야?
일단, 알았어 “
놀란 나는 여과포 제작업체에 확인을 하였다.
여과포 제작업체 대표는 일체형이 맞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이상무는 여과포 부속 이외에도 이것저것 트집을 잡았고,
당시 ‘나’는 아무런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설명(?) 아니 해명(?)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당시 ‘나’는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견적 산출을 엉망으로 한 아주 무능한 이가 되어있었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이시운상무는 이승훈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했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규모 있는 공사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가’ 입찰이다 보니 견적 산출 시 여유가 없었고, 낮은 견적가로 수주된 공사들을 집행해야 하는 이상무의 눈에 이팀장과 내가 곱게 보이지 않았겠지
‘서로 입장의 차이란 것이 있으니’
어찌어찌 공사는 시운전까지 잘 마무리되었고, 예상 집행내역 이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이팀장에게 들었다.
‘뭐, 아무렴 어떠냐
내가 실수하지 않았으니 다행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