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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또 삶 Jul 18. 2023

05. 스스로 입원한 엄마

엄마의 세 번째 입원


 작은 삼촌의 마지막 길은 외로웠다. 아빠는 내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삼촌의 장례식은 조용히 지낼 거라며... 사람을 많이 부르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어떻게 보면 삼촌의 몸을 망가뜨린 건 자기 자신이었지만, 그 마지막의 생명의 끈을 잘라낸 건 가족들이었기에... 가족들은 모두 죄책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죄의식이라는 무거운 공기가 장례식장을 짓눌렀을 것이다. 나 또한 방관자였기에 그곳에 몸은 없었지만 죄의식의 벌은 받았다. 아직까지도...


 장례식이 끝난 후, 엄마는 또다시 끝을 모르는 절벽으로 계속 -계속 -추락했다. 


 엄마는 삼촌이 너무 불쌍하다며 외할머니 집에 있는 삼촌의 사진을 모두 가져와 연신 불쌍하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때 2차 시험을 보러 가기 전날이었다. 2차 시험장이 타 지역이었기에 나는 전날 버스를 타고 먼저 가있어야 했다.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는 나에게 날카로운 소리로 나무랐다. "어떻게 너는 엄마가 아픈데 오지도 않니? 엄마가 아픈데!" '또 나는 이럴 때 나쁜 딸이구나...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내가 어떻게 버티고 버텨 여기까지 왔는데... 엄마는 날 또 잡고 같이 추락하려 하는구나...' 나의 자존감은 이미 바닥에 갈기갈기 찢긴 채 버려져 있었고, 나는 겨우 숨만 붙어서 이제 좀 살아보려고 하는데 엄마는 또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아픈 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단 한 번도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원망이 솟구쳐 올랐다. 정말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또 무너질 순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또 이 말을 꾸역꾸역 집어삼킨다. 엄마의 말은 나에게 가시가 되었고... 상처가 되었다. 정말 중요한 시험을 치러 가는 나의 발에서 독기(毒氣)가 뚝뚝 흘러 떨어졌다. 엄마에겐 아무 말도 못 했다. 못 들은 거로 하고 싶었고 빨리 전화를 끊고 멘털을 잡고 싶었다. 버스 안에 나는 자꾸만 읊조렸다. 


'독해지자! 독해져야 한다. 내가 꼭 합격을 해야 우리 가족 건사할 수 있다. 내가 잘되야 내 가족을 내가 보살필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까지 이리저리 꺾이고 부러지고 했다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독한 사람이 되어 꼿꼿하게 서 있고 싶었다.  


 무사히 2차 시험을 끝냈다. 가족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가장 간절하게... 그렇지만 가장 담담하게 시험을 치렀다.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와 엄마의 전화를 또 받았다. 엄마는 자신의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아빠를 힘들게 할 거라며 스스로 입원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철창 안에 들어가길 선택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나에게 전화를 한 거라고... 엄마를 말릴 수도, 말리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빠도 언니도 동생도 나도 살아야지 싶었다. 살고 싶었다. 숨 좀 쉬고 살고 싶었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또 아무 말도 못 했고... 엄마가 어차피 엄마 뜻대로 할 거란 걸 알기에 알았다고 했다.

 

 생각보다 이번 입원 기간은 짧았다. 엄마가 이제는 완전히 정신줄을 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 좋다는 걸 인지하고 병원까지 입원한 거니 어찌 보면 조금 더 나은 상황이었다. 2주 정도 입원을 하고 엄마는 갇혀있는 게 갑갑하고 싫어 아빠에게 나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 엄마... 엄마... 많이 외로웠겠죠...? 저를 원망하진 않으셨어요? 저는 안 가고 싶어서 엄마에게로 안 간 거 아니에요. 내가 잘돼서 엄마를 더 챙겨주고 싶었어요. 그때의 나는 겨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사람이었는걸요. 나는 더 갖춘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딸이 아니라, 아무 거라도 다 해줄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었어요 엄마... '


엄마가 너를 바라보지 않아서...
그럴 여유가 없어서...
네 마음은 또 상처를 받았지?
중요한 시험 따위는 엄마의 안중에도 없고,
너는 또 알아서 스스로를 챙길 수밖에 없었겠다...
너의 마음도 괴로웠다는 걸 알아...
내가 알아.
다른 이가 모르면 뭐 어때... 내가 이렇게 아는 걸...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독기를 품고 잘 해냈기에 너는 칭찬받아 마땅해.
설사 네가 잘하지 못했더라도 상관없어.
너의 노력을 내가 알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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