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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l 06. 2023

제주 졸업식

시아 유치원을 졸업하다

마지막 비행.

회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바로 시아 유치원 졸업식이었다. 제주도에서 온전히 일 년 동안 다닌 유치원. 벌써 일년이라니. 곧 초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태국에서 시아라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받았고, 보고 싶어 돌도 안된 어린 시아를 데리고 태국으로 갔고, 한창 커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2년 넘게 떨어져 있던 시간들. 같이 있고 싶어 육아휴직을 하고 내려온 제주도. 이 제주도에서 시아가 커가면서 다녔던 유치원. 바로 그곳도 이제 마지막이 다가왔다. 시아는 어땠을까? 이제는 서울에서 다녔던 유치원과 친구들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제주도에서 다녔던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마 다른 친구들이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했기에 후에 시아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생각이지만.


혼자 타는 마지막 비행기. 외로운 여정도 이것으로 마지막이었다. 서울로 올라올 때는 다같이 배를 타고 올라올 테니. 그것도 우리 차로. 비행기만 타면 바로 자던 내가 두 눈을 말똥말똥 뜬 채 1시간을 보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기뻐서 그런가. 계속해서 웃음만 지어지고 기분 좋은 엔돌핀이 마구마구 나오는 기분이었다.


제주도에 도착. 너무 익숙해져 버린 제주 공항. '여기도 이제 당분간은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여행이었으면 제주공항에 온 것 자체가 흥분되고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나중에는 꼭 여행으로 오자.'


처음으로 타는 버스. 이제까지 대부분 처남이 데리러 왔는데 이번엔 가게일로 오지 못했다. 아내가 알려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앞이 아닌 옆 창문을 통해 바깥을 구경했다. 밤이라 건물의 조명과 네온사인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도 점점 시간이 지나자 사라져 버렸다. 점점 집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였다. 아는 동네가 나왔을 때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여보 시아 유치원 근처 지났어. 어디서 내려?"

"어? 그쪽으로 가면 안되는데."

"여기 아니야? 내려야겠는데. 어디서 내릴까?"

"산방산 앞에서 내려. 내가 거기로 갈게."


아내가 버스 노선을 착각했었던 것 같았다. 나도 집 방향으로 갈 줄 알았는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주 돌아다니던 곳이라 어디에 내려도 문제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만에 다같이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아빠 나 내일 졸업식이야~~~" 보자마자 시아가 소리친 첫마디였다.

"좋아? 우리 시아 벌써 유치원 졸업이네. 이제 진짜 언니되는거네."

"맞아. 나 이제 진짜 언니야. 그리고 곧 학교도 간다고."

신나하는 시아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제주도를 떠나는 것, 유치원을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미련이 없어 보였다. 마냥 즐거워하는 시아.


드디어 졸업식날.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머리도 하고 보라색 예쁜 드레스도 입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예뻐 보였다. 항상 즐겁게 웃고 있는 얼굴이 오늘따라 더 밝아보였다. 아내도 제주도에서의 유치원의 마지막 날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신중하게 더 열심히 시아 머리를 만져주고 있었다.

 "엄마 삼촌들도 와?"

"그럼 삼촌들도 오고 이모도 오고. 다 오지."

"오예~엄마 나 이쁘게 해줘야 해."

"당연하지. 오늘 우리 시아가 제일 이쁘게 만들어줄게."

삼촌들과 이모도 시아의 졸업식에 오기로 했다. 일 년 반동안 거의 매일 같이 일했기에 시아도 좋아하고 잘 따랐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못 오시는 대신에 삼촌, 이모들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조금한 성당에 귀여운 아이들이 쪼르륵 줄 맞춰 앉아 있었고 그 뒤로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인사하며 앉아있었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시아는 아내와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자리에 앉아 졸업식 시작을 기다리는데 아내의 표정이 변해갔다. 계속 울려고 하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아이들이 부모님 사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고 단상 앞까지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울컥 마음이 동했다. 역시나 아내는 눈물을 쏟아냈다. 너무 감격스러운 시간. 서로 떨어져 있었던 시간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시간들, 제주도에 내려와서 적응해 가던 시간들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특히 시아가 제주도에서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 떠오를 때 나의 가슴도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런 힘든 시간을 모두 이겨내고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졸업을 하다니. 시아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유치원 졸업이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나와 아내에게는 아주 큰 선물이었다.


얼굴 화장이 다 지워지는 줄도 모르고 울던 아내에게 시아가 다가와 안아주고 꽃다발도 주었다. 지금도 엄청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시아가 다가오니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 내렸다.

"엄마 울지마.

엄마 이렇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 한마디에 아내의 울음소리가 온 성당을 뒤덮었다. 아내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눈물을 닦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보며 시아가 정말 많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 저렇게 많이 컸지.' 또래 친구들보다 큰 키에 긴 머리, 예쁜 드레스까지 입으니 공주가 따로 없었다. 정말 아이들 중에 시아가 제일 예뻐 보였다.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겠지만.


신부님께서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셨고 졸업 앨범과 졸업 선물을 나눠주셨다. 두 손 고이 모아 선물을 받는 시아.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신부님께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졸업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이번에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곳이기에 떠나기가 아쉬웠던지 시아는 계속해서 친구들 이름을 부르고 사진도 찍고. 유치원 앞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고 시아의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재롱잔치나 공연 등이 모두 취소되어 지금까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졸업식 공연이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서울에서 유치원 입학하자마자 터진 코로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아의 귀여운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계속해서 아쉬웠는데 졸업식에서는 볼 수 있어 행복했다. '5살, 6살 때는 얼마나 더 귀여웠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안녕 유치원아. 잘 지내. 나 이제 간다."

시아의 인사를 남기고 유치원을 떠났다. 아쉬움 반 기쁨 반. 차 안에서 지금까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나섰다. 졸업식 만찬을 즐기기 위해 다같이 식당으로 향했고, 모두들 시아의 졸업을 축하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다같이 모여 먹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이제 제주도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기에.


제주도에서의 졸업. 시아의 유치원 졸업뿐 아니라 우리의 제주생활도 졸업하게 되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더운 여름에 내려와 계절의 한바퀴를 돌고 다시 겨울이 되어 졸업을 하게 되다니.


"시아야,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졸업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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