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년필 사랑
제 이름이 박힌 몽블랑 만년필입니다.
만년필은 제게 하나의 장난감입니다. 저의 만년필 사랑의 발단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당신은 쓸 일이 없으시다며 선물로 받은 몽블랑 만년필을 제게 넘기셨습니다. 버건디 색상의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클래식입니다. 펌프식으로 잉크를 넣은 뒤 시필(試筆)을 하는 순간 그 부드러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 기억이 납니다. 이후 149 모델을 추가로 구매하여 제게 몽블랑은 두 자루입니다. 애지중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년필은 1809년 영국의 프레더릭 B. 폴슈가 밸브식으로 발명한 게 처음이며, 1884년 미국의 L. E. Waterman이 모세관 작용을 이용해 실용화된 이후 많은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만년필은 잉크를 주입하는 방식에 따라 1. 자동흡입식 2. 스페어식 3. 펌프식으로 나뉘며, 펜촉의 굵기에 따라 B, M, F, EF로 나뉘곤 합니다. 저는 대학교 이후로 빨리 쓰던 습관이 남아서 굵은 펜촉을 더 좋아합니다. 반대로 또박또박 써야 할 상황이면 가는 촉이 상대적으로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소장하고 있는 만년필의 상당수는 B에 속합니다만 시중에 파는 상당수의 펜촉은 대개 EF나 F가 많습니다.
만년필을 제조하는 회사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제조회사가 많으면 좋겠지만 타산이 안 맞는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학교 때까지는 아피스(APIS)라는 회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제게는 다행이라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외국 브랜드는 상당히 많으며 그에 해당하는 나라도 제법 많습니다.
볼펜이나 수성펜과는 달리 만년필은 그 관리과정부터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갑니다. 잉크를 직접 보충해야 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잉크를 비워 잘 말려두어야 합니다. 실수로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본체는 물론이고 펜촉이 망가질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이런 경우 수리비가 제법 나옵니다. 종이에 쓰는 경우 종이의 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뒷면까지 잉크가 배는 경우가 허다하여 불편만 따져도 제법 많습니다.
하지만 만년필은 필기감만큼은 그 불편을 충분히 물리칠만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필기감은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펜촉의 마무리나 굵기에 따라 부드럽다. 사각거린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눈 위를 미끄러지는 듯 매끈하기만 한 볼펜과는 사뭇 다릅니다.
만년(萬年)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만년필입니다만 한자 특유의 과대포장에 의한 것이기에 곧이곧대로 만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만년필의 영어표현은 잘 아시다시피 fountain pen입니다. 잉크를 넣어주기만 하면 펜촉에서 샘물처럼 나온다. 하여 그리 이름하였습니다.
그 사랑을 언제까지 유지할래? 물으신다면 저도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아니 하다못해 종이에 낙서 정도라도 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