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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Apr 21. 2023

명함과 담쌓은 지 어언...

지내다 보니 불편은 없지만 아쉬움은!

(이미지출처:네이버) 이 작은 명함판에 무얼 넣을까요?


명함을 절판하고 만들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개원했을 당시가 마지막이니 이미 몇 년도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직업상 영업을 한다든지 활동이 많은 것이 아니라서 실제 명함이 절박한 것은 아니지만 간혹 어쩌다 한 번 상대방에게 명함을 받고 나면 살짝 죄송스러울 때가 있긴 합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첫 해, 병원 총무과에 명함을 하나 만들어주십사 부탁했습니다. 전문의가 되고 나서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거든요. 내 명함에 박힌 프로필이야 별것 있겠습니까? 내 이름 석 자에 소속, 직위, 연락처 정도가 전부입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그야말로 명함판으로 발행하는 것일 뿐, 내가 나를 소개할 때는 사실 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 이하이지는 않습니다.     



최근 누가 나에게 ‘과연 명함이 필요한가?’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다. 그게 제 답변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은 하나의 요식행위일 뿐 명함을 받고 나서도 그 명함을 눈여겨 외우거나 정성껏 보관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사람은 이미 명함의 단계를 넘어서지요.     


물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최소한의 정보를 드린다는 면에서는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어찌 보면 ‘필요하지 않다’ 단언하는 것도 순전히 내 입장이고 의견일 뿐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이곳에 와서도 저는 명함이 없습니다. 그동안의 습관으로 놓고 볼 때 내게 명함이 있더라도 품 안에 명함 몇 개를 품고 다닐 일도 없을 듯합니다.     



명함 이상으로 상대를 알아가기, 더 나아가 그 사람의 고민이나 필요까지 알아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속내까지 보여주는 친분이지만, 자칫 무슨 오지랖이냐고 따지면 딱히 반박할 수도 없기에, 현대는 이래저래 처신하기 참 어려운 세태입니다.     


내 가족같이 여기는 사람이 나에게는 몇 명이 있는가? 반문해 보니 정말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세는 게 가능하군요. 그나마도 자주 볼 수가 없으니 더 멀어질까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다른 이에게 절친이 되어주기! 마음이 충분히 열리지 않는 제게는 참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하나님께도 제 마음을 충분히 열어드려야 할 텐데 오늘따라 명함 하나로 참 많은 묵상이 오고 가는 하루입니다. 명함이 없어도 하나님께서는 이미 나를 아시리라는 믿음 하나는 확실한 제 영성. 그 정도는 됐다!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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