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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26. 2023

걸어서 세계 속으로.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날을 꿈꿉니다.

(이미지출처:습관성 고양이) 가고 싶은 곳이 많군요.


쉬는 날에는 주로 뭐 하시느냐? 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습니다. 글쎄요? 쉬는 날 저는 뭘 하나요? 아이가 어릴 때는 경험이라도 시켜주려 어딘가를 가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어디를 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다 크고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디를 간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만 생각하면 그냥 집 밖을 나간다는 게 말 그대로 외출(外出)이라 정의한다면 굳이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그걸 깨달은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부쩍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다녀본 곳이 이다지도 적다는 말인가? 이는 곧 우리나라에도 가볼 만한 곳이 참 많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판입니다. 

    

국토의 남서쪽 어딘가에 붙어있는 제 고향을 중심으로 근방에는 어지간히 다녀봤을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집에 자가용 하나 없던 시절, 그리고 어디를 다녀볼 정도의 경제적 여유나 정신적 여유가 없던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을 가보지 못한 곳이 의외로 많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기에 전국 어디서나 서울 가기란 어렵지 않아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전국 방방곡곡 모두 대중교통이 닿을 수는 없을 터, 그런 곳은 나에게 그저 상상 속의 도시이고 지역일 뿐입니다. 실제 사회 과목이나 지리 시간에 자주 거론되는 지명이나 지형은 물론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은 말 그대로 교과서 내의 사진이 유일한 호사일 뿐인 시절을 보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요즘의 현장학습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 교육 방편인지 알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런 방편을 누릴 수 있는 집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잘 사는 집에 속하겠지요? 나 어릴 적에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집이 참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버거워했을까요?      



세월이 흐르고 모든 조건이 좋아지면 우리도 북쪽 육로를 통해 대륙을 여행하는 날이 오겠지요. 지리적으로는 반도이지만 하나의 섬인 대한민국에서 인접 국가나 더 이상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이나 북미의 젊은이들 여행계획이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행기나 배가 아니라 걸어서, 버스로, 또는 자동차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꿈을 그립니다. 타국(他國)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되는 그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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