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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 메고 떠나는 테니스 여행

轉. 2007년 추계 관악구대회를 다녀와서

by 조원준 바람소리


오늘, 관악구 연합회장배 테니스대회 날은 그동안 가을답지 않는 날씨 때문에 우중충했던 마음을 말끔히 씻어 내듯 높고 청명한 하늘, 코트 주변 은행나무에는 농익은 은행과 가을 햇살을 옴몸으로 받으며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이 바람에 살랑거려 본격적으로 가을이 열리는 하루였다.


시합장인 서울대 코트로 이동 중에 들장미님과 파트너라는 통보를 받고, 도착하여 코트 앞에서 반가운 회원님들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페지기 스마일님, 높새바람님, 오자가야님, 사랑님, 그리고 고향의 푸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리챠드님의 정겨운 인사를 받으며 배정된 9번 10번 11번의 잔디코트로 들어서니 벌써부터 시작된 다른 조의 경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오전 시합은 금배부 B1의 1번 조로 편성되어 들장미님과 파트너 하여 예선 첫 경기를 하였다. 경기 결과는 6-3 신승을 하였고 점심식사 후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의외로 쉽게 경기가 풀려 6-2로 이겼지만 어떤 경기든 쉬운 팀, 쉬운 볼은 없구나 라는 교훈을 얻으며 아모르테 클럽 전 팀이 무패로 예선전 1위로 통과한다.


이어 3 개조 동시에 치러지는 남강 클럽과의 본선 1회전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상대 서브를 브레이크 하며 1-0, 공격권에서 나의 서브가 의도대로 꽂혀 쉽게 득점 2-0, '호! 쉽게 가는군 그다지 어려운 팀은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몸이 풀린 상대 팀이 한 게임을 따라붙어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 스코어를 2-1로 만들고 상대 에이스의 정교한 플랫서브를 받는 순간 '엇! 나의 생각이 성급하고, 잘못된 판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한 게임 더 추격을 허용하여 게임 스코어는 2-2 동점 상황이 된다.


게임은 다시 원점이다. 처음부터 다시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게임의 흐름이 상대에게로 넘어간 듯 상대 팀은 첫 서브와는 다르게 안정된 모습으로 네트 점령, 긴 발리 샷으로 압박을 해오더니 3-2로 전세를 뒤집는다.


다시 나의 서브에서 3-3으로 동점을 만들지만 연거푸 두 게임을 내주게 되어 전세는 3-4 역전과 3-5까지 이어져 패색이 짙어가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했다.


'차분해지자!'


파트너에게 마음 편하게 하라는 눈빛 사인을 보낸 후 게임을 끝내려 서두르는 상대 서브를 브레이크 하여 4-5, 나의 서브를 지켜 5-5 타이브레이크 상황까지 만들어 낸다.


타이브레이크에서...

1:0, 2:0, 3:0, 리드를 하다가 3:1, 3:2, 3:3 동점에서 앤드 체인지 이어 게임스코어 4:3, 4:4, 접전상황에서 우리 팀이 먼저 5:4, 6:4로 매치포인트를 가지만 매치포인트에서 두 포인트 내리 실점하여 다시 게임스코어는 6:6 앤드 체인지...


상대에게 6:7로 매치포인트를 허용했다가 7:7, 8:7로 재역전 다시 엎치락뒤치락 게임스코어가 이어지더니 승기를 잡았다 생각되는 8:7에서 결정적인 발리의 에러로 8:8 타이...


8:9, 9:9 역전과 재동점 끝에 9:10으로 기울더니 서브&발리로 네트로 향하는 상대에게 나의 어정쩡한 포핸드 드라이브 공격이 상대의 발리에 막혀 실점한다 결국 접전 끝에 타이브레이크 9:11로 아쉬운 석패를 하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 남는 긴 아쉬움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아마도 타이브레크에서 세 번의 찬스를 놓친 탓이 아닌가 한다. 오늘 시합은 테니스 입문 후 18년 동안 아쉬움 남았던 숱한 게임 중에 손가락 꼽는 한 경기로 기억될 것 같다.


긴 여운은 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남겨진 아쉬움 속에 패배의 원인을 알려고 하는 노력은 성장의 동력이라 믿으며 머릿속에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떤 영감을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두 팀의 전적은 1승 1패로 우리 팀만 이기면 본선 2회전 진출이었는데..

그날 금배부 단체전 본선 1회전에서 우리 팀을 이긴 남강클럽은 그 대회 준우승을 하였다.


20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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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