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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에서 책과 영화로 소개팅을 기획하다.

어느 MZ사원의 경험 상점

by 귤껍질

[WHAT?]


"회사 밖에서 돈을 벌고 싶어."


오늘은 소개팅으로 회사 밖에서 처음 돈을 벌어본 경험을 소개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가장 간절하고, 근본적인 것 같아요. 삶을 함께하고 싶은 대상을 찾는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소개팅 시장은 계속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시장에서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남의집’ 플랫폼에서 책과 영화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시작은, 회사를 떠나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방법 중 초기 자본이 적고,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임을 선택했습니다. 공간은 빌리면 되고, 플랫폼은 다양하게 있으니 콘텐츠만 준비되면 당장 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당시에 여러 모임을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저의 색깔을 담은 모임을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고민 끝에 소개팅 콘텐츠를 기획하기로 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전문성과 특별함을 가진 콘텐츠 기획자, 모임장으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WHY?]


"나라면 어떻게 이성을 소개받고 싶을까?"


고민해 보니, 저라면 좋아하는 영화와 책을 매개로 대화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장소의 감도가 높고 아늑했으면 좋겠고요. 아날로그 감성 한 스푼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죠.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https://naamezip.com/naamezip/12247

남의집 모집 글




[HOW?]


연애 카테고리에서 상위에 노출되면서, 많은 신청이 있었는데요. 4회 정도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모임 진행 후기와 경험을 통해 얻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나누고, 이번 글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남의집 홈페이지 카테고리

먼저, 남의집은 말 그대로 남의 공간에 방문해서 그 사람의 삶이 녹아 있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2023년 폐업 후 재오픈하면서 연애 콘텐츠의 비중이 늘어났는데, 제가 모임을 열 당시에는 싱잉볼, 주얼리 만들기, 창업, 공간 기획 등 콘텐츠가 훨씬 다양했었습니다.


이어서 제가 모임을 기획했던 방법을 요약하여 전달드릴게요.

1) 모집 글 작성

평소에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는 편인데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날에는 평소와 달리 예쁜 편지지에 좋은 글귀나, 그때의 생각과 감성을 적어 스스로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고는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예쁜 편지지를 많이 모아두는데요. 이 편지지들 중 일부로 모임 커버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진행하면서도 활용했습니다. 편지지에 영화나 책의 글귀를 적고, 관련해서 대화를 나눴어요. 중간에 직업을 추측하고 질문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뒤, 끝날 때 앞서 작성한 편지지 하단에 마음에 드는 분의 이름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읽어보실 수 있도록 편지 봉투에 넣어서 전달드렸어요.


2) 공간 선택

직장과 집 근처 공간을 탐색했습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와 네이버 검색으로 공간을 찾고, 사장님께 사전에 공간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지 문의드렸어요. (이때 촬영한 사진을 모집글 작성 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제가 머릿속에 구상한 콘셉트와 가장 일치하는 '슬로보트'라는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3) 모객

모객은 가장 까탈스럽고 중요한 단계인데요. 소개팅이라서 남녀 성비와 나이대를 맞춰야 하고, 신청 시 기입한 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분을 선별해야 했습니다. 성비가 맞춰지지 않아 애를 태운 적도 있고, 아쉽게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하고 싶다면, 나이 조건을 공고에 명시해서 신청 시부터 제한을 두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특정 산업군이나 직업, 직무로만 제한하고 싶다면 같이 명시하고요.


4) 모임 준비

펜, 와인, 글라스, 접시와 핑거푸드를 준비하니 딱 가방 두 개 정도가 나왔습니다. 음식을 많이 드시지는 않아서, 먹기 편하고 가벼운 음식 위주로 준비하길 권해드려요. 이렇게 준비한 것들은 장소를 1시간 더 예약해 두고 미리 세팅해 두었습니다. 혹시 아무에게도 편지를 받지 못할 분을 위해 호스트의 손편지도 준비했고요.

편지지에 같이 넣어드린 손 편지




정리해놓고 보니 간단하지만 모객, 공간 세팅 모임진행 등 전체 프로세스를 혼자서 하다 보니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배운 것이 참 많아서 글을 쓰다 보니, 다시 모임을 열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회사 밖에서 혼자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구나, 깨닫는 동시에 월급만큼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번 글을 계기로 올해에는 어떤 모임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글에는 그래서 얼마 벌었는지 알려드리고, 간단한 소외를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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