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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간에 걸고 싶은 그림을 찾아서

환기 미술관에서

by 귤껍질 Mar 07. 2025

언젠가 내 반려 그림을 사서 공간에 걸어두고 싶다. 집에 오고 싶어지는, 그 그림에 걸맞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어지는 그림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김현식 작가의 그림을 봤다. 노란 표면 뒤로 주황색 색들이 비쳤다. 레진으로 여러 번 덧대서 그림에 깊이감을 더하는 방식이다.


먼저 노란색이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서 다정한 주황빛이 미어져 나왔다. 그럼 누군가의 마음속 여린 부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혼자 있었다면 내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상상을 하면서 더 오래 바라봤을 것 같다.


출처 : 학고재 홈페이지출처 : 학고재 홈페이지


그렇게 추상화의 세계로 입문해 버렸다.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저 간단한 점선면의 조합에서 뭔가를 굳이 찾으려는 사람들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추상화를 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정해진 답이 없는 풍경 앞에 서서, 나를 그림에 투영하고,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느끼는 거다. 그래서 나에게 추상화를 감상하는 일은 일종의 명상 같다.




어제는 환기 미술관을 다녀왔다. 차분한데 다정한 색들, 그 위에 강렬한 빨강과 초록의 점과 선이 찍혀 있었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네모난 틀 안에 점을 찍은 문양이 반복되었다. 생물 시간에 본 식물의 세포를 연상시켰다. 무수히 반복되는 패턴이 와글와글한 사람들 혹은 생각들 같기도 했다. 수없는 반복을 통해 그림을 그려냈을 화가의 모습이 떠올라 그 마음에 이입해 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서진 동자승의 얼굴 조각과 그 뒤에 노란 패턴의 그림이었다. 햇살 같은 노란색의 그림은 너무 평화로웠고, 상단부의 분홍색의 세모진 영역은 따뜻하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색 같았다. 겹겹이 쌓인 생각들을 걷어내고 내 마음의 심연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봤다.


환기 미술관 브로셔와 티켓, 동자승 사진은 찍지 못했다..환기 미술관 브로셔와 티켓, 동자승 사진은 찍지 못했다..




앞으로도 종종 그림을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정리되고, 깊어지는 기분이 꽤나 좋았다.


그러다가 정말 내 집에 걸어두고 오래 보고 싶은 그림을 만나고 싶다. 내가 첫 번째로 컬렉팅 할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이 걸릴 장소가 궁금하다.


환기 미술관 풍경환기 미술관 풍경
김환기와 김향안 부부김환기와 김향안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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