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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Dec 20. 2024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다

잠적하고 싶은 날 ⑧ - 언제나 좋은 일은 있다

현재를 만끽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더라도 마음은 미래로 가기 바빴다. 지금 이 순간을 일군 만큼 미래에 대해서도 어서 빨리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에서였을까. 행복한 현재도 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오염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짧은 병가를 낸 적이 있다. 처음 며칠간은 그동안의 지친 일상을 잊고 행복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복직 후의 나날들이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온갖 걱정들로 내 머릿속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복직을 한 후 정작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냥 평화로웠단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예상했던 일과 비슷한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별문제 없이 지나갔다. 오히려 안심했던 부분에서 탈이 나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즉,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걱정의 양상과 현실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간들도 살아가다 보니 지나갔다. 괜히 걱정만 하며 충분히 쉬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쉬웠다. 그때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북 치고 장구치고 다했는데, 정작 현실화된 일은 거의 없다. 난 그저 그 시간을 고스란히 즐기면 됐었을 일이다. 미래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으니.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생각에 소용돌이처럼 빠져들 때가 있다. 미래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세는 좋다. 하지만 과도하게 빠져들다 보면 중심을 잃게 된다. 걱정은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에는 긍정도 있고 부정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결말은 최악으로 가기도 한다. 발생 가능성이 비슷하다면 좀 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까. 


우리 삶이 참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항상 최악만 존재했던 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 안도하기도 하고 예상했던 일들이 오히려 꼬이기도 한다. 미래는 우리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미래를 대비하도록 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너무 갉아먹는다. 마음은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있어야 한다. 우리가 통제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간이다. 현재를 잘 살지 못하면 우리가 그리던 미래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걱정이 생기더라도 마음을 잘 타일러 현재에 있도록 하자.


동시에 최악을 상상하는 것만큼 긍정적인 순간들에 대해서도 기대해 보자. 부정과 긍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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