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하고 싶은 날 ⑦ - 비교는 불행의 시작
나 자신이 철저하게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바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시작한 순간이다. 내 삶을 타인의 삶과 동일선상에 두는 순간부터 우리는 고달파진다.
그저 하루하루를 즐겼던 중, 고등학생 시절까지 누군가와 비교를 해 괴로움에 빠졌던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과 주변 환경 등으로 삶의 격차가 생길 수 있는 성인이 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행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흔히 말해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동경한 적이 있다. 취업 준비생이었던 내게 직장인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회사 동기는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그만큼 선망했다.
첫 회사에 입사할 당시 친하게 지내던 동기 언니가 있었다. 친언니 같은 다정함과 화통한 성격에 참 많이 의지하고 고민도 털어놓았었다. 즐거운 일과 힘든 일을 겪을 때면 언제나 동기 언니가 곁에 있었다. 퇴근을 하고도 저녁을 자주 먹으며 그 누구보다 돈독한 사이가 됐다.
언니는 회사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에도 능했다. 배울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언니가 멋지다는 순수한 감정 외에 부러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언니와 나를 비교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비교'라는 걸 시작할수록 내 삶에 나는 없었다. 사라져만 갔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여겨졌다. 나중에는 동기 언니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자꾸만 나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 보였다. 그 어느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적당한 비교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자극이 되지만 과도한 비교는 나를 망친다. 돌이켜보면 아무도 내게 넌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부족하다고 정의 내린 건 순전히 나 자신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스스로 괴로워했던 것이다.
내 인생에 자꾸만 타인을 끌어들이면 결국은 불행해진다. 그들은 조연일 뿐 내 인생의 주체는 나다. 우리 삶의 속도는 모두 다르다. 친구의 가장 행복한 순간과 나의 평범한 오늘을 비교하지 말자. 모두가 동일한 시점에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참 기괴하다.
내 인생의 속도를 사랑하자.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