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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수피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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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Oct 13. 2024

꿈 2

#7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처음 발견되었다. 

한 목동이 양들을 기르던 도중 양들이 어느 순간 잠을 자지 않고 쉴 틈 없이 뛰어노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유를 찾기 위해 양들이 뛰어노는 언덕길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양들이 이상한 열매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열매가 바로 커피 체리였다. 그 당시 이 열매에 대한 정보가 없던 터라 잠이 오지 않는 열매로 알려지게 되었다. 목동은 이 사실을 수도승들에게 알리고 수도승은 오랜 시간 잠을 자지 않고 기도드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으로써 이 열매를 복용하게 된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며 이 커피 열매는 바로 옆 나라 예멘이라는 곳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예멘에는 커피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잠이 오지 않는 각성제의 역할로 이슬람 수도승들에게 아주 좋은 음료가 되어주었다. 고기와 술을 금기시했던 이슬람교들은 이 음료가 신이 내린 음료라 받아들였다. 이 커피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킨 주요 인물이 이슬람교 중 소수파 수피 파였다. 그들은 신과의 합일을 꿈꾸며 매일같이 기도를 드렸는데 그때 마셨던 음료가 금욕과 각성제의 역할을 해주었던 커피였다. 그들에게 커피는 너무 중요한 음료였기에 다양한 방식의 추출을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수피파들에 의해 커피는 점점 발전했고 현재 커피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원하는 무언가를 향해 끝없이 희망하고 기도드리는 존재 수피 파는 예멘이 커피에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커다란지를 실감하게 해 줬다. 


✼ ✼ ✼


이렇게 사장의 이야기는 끝났다.

어느새 아이의 앞에는 예멘 커피가 놓여있었고 아직도 뜨겁게 열을 내고 있었다.


후루룹.


맛있다. 처음 마셔보는 맛과 향이다. 아이는 자신의 혀를 자극하는 복합적인 향 들이 맘에 든 것 같다.

단지 고소했던 향이 딱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사장이 전해준 이야기가 더해져 기대하지도 않았던 아주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된 듯했다. 수피파들은 왜 그렇게 신과의 합일을 원했을까. 아이는 문득 자신이 노래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손님은 학생이시죠?”

커피를 마시고 감동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사장은 질문했다.


“네. 맞아요. 지금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이게 맞는 건가 싶어요. 그래서 답답해서 나온 거고.. 어쩌다 보니 커피를 마시고 있네요”

사장은 양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아이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잘 오셨네요.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맞는 건가 싶다는 건 걸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그게 뭐예요. 손님이 하고 싶은 거요”

아이는 ‘노래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무슨 노래를 하겠냐고 누구나처럼 평범하게 공부해서 합격하고 월급 받아가며 살아가는 게 어울린다고 스스로를 판단했다. 그리고 상념에 빠진 채 주눅 들어있는 아이를 보고 사장은 말을 이었다.


“축복받은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요. 정말 다행이고요. 물론 제가 손님게 쉽게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지만 하고 싶은 꿈은 절대 잊지 마세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꿈은 당신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을 거니깐요.”


“노래.. 하고 싶어요. 제가 직접 만든 노래로요.”

아이는 사장의 진심 어린 조언에 자신도 마음을 놓고 자신의 꿈을 말했다.

사실 그러고 싶었다. 당당히 내 꿈을 말하면서 살고 싶었다. 아이의 용기를 알아본 사장은 슬쩍 올라갔던 입꼬리가 환한 미소로 이어졌다.


“생각날 때마다 오세요. 와서 노래도 작곡하고 녹음해서 들려줘요. 정말 궁금해요. 손님이 노래하는 모습이.”

아이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힘이 나고 위로가 되었다. 카페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공부에 대한 힘듦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아이는 생각의 회로 자체가 바뀌었고 용기가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사장과 1시간 정도 더 수다를 떤 뒤 카페를 나왔다. 


그렇게 아이는 거의 매일같이 카페를 방문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는 단순히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을 넘어서하고 싶은 일을 행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주었다.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주며 작은 성공을 차곡히 쌓아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하던 중 카페 문에 이상한 문패가 하나 달려있었다.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휴업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기약 없는 휴업소식은 아이를 혼란에 빠트렸다.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카페의 부재는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 큰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혼자서 노래를 작곡하고 불러도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슬럼프에 도달한 거라며 자신을 몰아붙여 보지만 공허함만 커져 갈 뿐이었다. 텅 빈 마음에 검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검은 액체는 끝을 모르고 계속 흘러나왔고 온몸을 집어삼킬 만큼 그 양이 방대했다. 곧 턱 끝에 닿았고 숨구멍을 막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꾹 참았던 숨을 못 참고 힘차게 숨을 들이켜는 순간 코를 타고 온몸의 통로에 검은 액체가 쏟아져 들어왔다. 


“퀵게겍…컥커거어억”


희미하게 들리는 물먹은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서리!! 김서리!!! 정신 차려봐”

서리의 눈앞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와 뺨을 치고 있는 칼디가 있었다.

서리의 몸은 온통 검은 액체로 젖어있는 채 누워있었고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꿈을 꾼 듯싶었다. 허상의 꿈은 아니었다. 몸을 부풀려 커진 수피가 폭발을 일으키며 서리 자신의 몸을 검은 액체로 감 샀던 순간을 기억해 냈고 그것을 통해 수피의 기억 속에 들어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수피의 육체는 길을 잃었다. 현 세계의 카페가 다시 문을 열어야 함을 깨달았다.

서리는 의식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채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되뇌었다.


“돌아가야 해.. 돌아가서 카페 문을 열어야 해.. 그래야 살릴 수 있어 이 수피를..”

정확한 방법을 알진 못했지만 수피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그때 칼디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서리의 어깨를 꽉 잡은 채 호통쳤다.


“이 수피는 이미.. 이미 사라졌어..!”

서리의 넋 나간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부푼 눈동자에 구슬 같은 눈물이 맺혔다.


뚝. 뚝.


눈물은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고 서리는 그 눈물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눈물이 다 마르고 감정이 추슬러질 때쯤 서리는 자신의 손에 검은 끈 하나가 쥐어 있음을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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