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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ingliz Mar 31. 2024

낯설지 않은, 새로운 취미

식물을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 집 베란다에 하루종일 나가있는 엄마를 보며 타박하던 딸은 독립을 해서 새 가정을 꾸린 후 가장 먼저 식물 키우기라는 취미에 빠져들었다. 이것 참. 그게 왜 제일 먼저 생각났을까?


처음엔 소소했다. 귀여운 피쉬본과 다산의 상징인 필리아페페

둘을 선택했던 건 키우기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소한 건 내 마음이었기에, 식물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할까 봐 가장 안정적인 선택을 취했다.

잘 죽지 않는다는 다육이와 죽이는 게 더 어렵다는 페페라는 선택지를.


키우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저절로 잘 커요.'보다는

'세심하게 잘 살펴봐줘야 해요.' 하는 식물에 시선이 절로 갔다.

본능적으로 끌렸는지도, 아니면 잘 키워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덜컥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잎이 얇고, 줄기도 가지도 그저 하늘하늘한 식물들에 꽂혀 새 식구로 맞이했다.

소소했던 마음이 어느새 커져갔던 것이다.

톡 건드려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식물이, 물방울을 조금도 머금고 있지 못할 것 같은 이 가녀린 식물이 선택지로 보였던 것 보면 내 솔직한 마음이란 존재하는 법. 그걸 처음엔 숨길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니 이 조차도 마냥 숨기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안타깝게도 죽어나가는 경우가 하나둘 생겼다.


'아, 흙이 중요하구나. 분갈이를 할 때는 흙을 재사용하면 안 되는구나.

과습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이 많아서가 아니구나, 물속에서 산소가 제대로 호흡할 수 있게끔 이를 잘 관리해줘야 한다는 거구나'

새로운 요령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지게 되는 순간들이 잦아졌고, 그러고 나서 정말 제대로 키워보리라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생겨났다.

를테면, 내가 직접 흙의 종류를 골라 분갈이를 해본다든지, 식물에게 좋다는 토분을 엄선해서 고르고 와중에도 식물과 가장 예쁘게 어울릴만한 디자인을 고른다든지, 반짝 해가 빛나는 날에는 가장 햇살을 맛있게 먹을 있는 자리로 식물들의 발이 되어 옮겨준다든지. 


그 마음을 자각했던 첫 순간을 떠올린다면

화훼단지에 가서 이것저것 식물에 대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식물을 키우시는 아주머니께 '아유, 식물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찌나 기분이 좋고 뿌듯하던지. 동시에 식물에 담긴 내 마음을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더랬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껏 함께하게 된 식물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서툴고, 미숙한 내 손길로 먼저 보낸 식물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쭈욱 함께 하고 있는, 기운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곁을 지켜주는 초록이들도 있고, 새롭게 집에 들어와 적응 중인, 적응 중임에도 아름다움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신입멤버들까지도.


또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갤러리 앱을 켜놓고 있다.

매일같이 보다 보니 자각하지 못했던 식물의 성장을, 관찰일지가 되어버린 내 사진첩 속 사진들로 놓고 비교해 볼 때가 많으니까.

나이가 들면 꽃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던데 나도 어느샌가 카메라를 켜서 귀여운 내 식물들의 새잎들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바쁘다. 눈치도 빨라서, 이걸 반가워 여길 사람에게만 슬쩍 보여주었는데,

그때 제일 먼저 생각났던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엄마라면 내 이 마음을 알아주겠지? 그러고 나니 문득,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베란다에 나가서 꽃을 키우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거구나

'딸, 여기 좀 와서 이것 좀 봐봐. 어쩜 이렇게 귀엽게 새 잎을 피워냈을까?' 하는 말이 생각났음을.

이제야 그 마음이 이 마음이었음을, 같은 마음이었음을 확인하는 나는 개딸인가.(은근히 효녀이고 싶은 개딸인가.)


보고 들은 것이 식물 키우기라 제일 먼저 생각났던 취미 후보 '식물 키우기'

어쩜 그렇게 그것이 내 마음에도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는지, 새삼 신기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시는 엄마를 보니 그것도 꽤나 의미 있는 순간인 것 같고.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식물과 가까워진 나를 보니,

나 자신도 감당 못한다며 절레절레하던 내가 무언가를 키워내고 있는 나를 보니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어쩌면 30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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