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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28. 2024

사랑 때문에 걸렸던 조울증을 사랑 때문에 극복했다

2000년 1월 11일 군대에 갔다. 내 기억력이 좋아서  날짜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그날이 특별히 인상에 깊이 남아서도 아니고, 정부24에서 병적증명서를 발급받아 기록으로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생년월일이 1980년 1월 10일이다. 스무 살의 생일 그다음 날 군대에 갔으니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다.


입대를 앞두고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기간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더도 덜도 아니고 2박 3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다닌 강원대학교 영어교육과가 있는 춘천에서 버스로 강릉에 갔고, 강릉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동해에 갔고, 동해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 버스와 기차와 PC방에서 자고 편의점에서 먹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렇다. 어떤 기억은 왜곡되기도 한다.


집에서는 내가 군대 가는 날까지 안 올까 봐 걱정했다. 나로서는 가출이 아니었다. 어디 간다 언제 온다 말없이 혼자 여행을 떠났다 스무 살 생일이었던 입대 하루 전 집에 돌아왔을 뿐이다. 애당초 여행 스케줄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군대에 가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입대 전 군대 가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빠른 80년생이라 79년생과 초중고를 같이 다녔지만, 재수하고 80년생과 대학생활을 같이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과동기들과 맞추어 2학년 마치고 갔으면 되었다.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간 것은 끌려간 것도 아니고 자원해서 간 것이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찍 간 것은 아니었다. 군대에 간다고 하면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 소녀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움에 사무쳤다.


군대에 갔고, 그해 봄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고, 그해 여름 군 병원에서 조울증으로 제대했다. 조울증은 정신질환 중 가장 골 때리는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전문의에 처방에 따라 꾸준히 약을 꾸준히 먹으면 괜찮다. 완치란 개념은 없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을 별일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조절의 관점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병이다. 대부분의 조울러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본인과 가족이 조울증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알 뿐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스무 살에 조울증에 걸려 거의 이십 년 가까이 방황하다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의 사랑의 힘과 매일밤 꾸준히 복용하는 알약 몇 알의 힘으로 조울증을 극복했다. 물론, 아내를 만날 때 즈음에는 이미 조울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었다. 아내 에미마의 사랑의 힘은 정서적 안정도 있지만, 결혼 전에는 깜빡하고 약을 빼먹기도 했는데 결혼 후에는 매일 약 먹는 것도 관리가 된다.


아버지와 귀농해서 왕대추 농사를 하다가, 동생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 12월부터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여 출퇴근 시간이 짧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어 좋다. 돈은 많이 벌지 않지만, 차비와 시간이 덜 소비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없다.



계속 지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매슬로우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해소가 되었는데, 존중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는 아직 해갈이 되지 못했다.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를 하고, 강연 다니고, TV 출연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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