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직업으로서의 작가이다. 전업작가를 꿈꾼다. 소설, 시, 시나리오 등은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장르는 에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 책이 대박 나서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안 되고는 사실 나에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처음부터 글이 밥이 되면 글을 쓰기 위해 따로 밥벌이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롤 모델은 『언어의 온도』를 쓴 이기주 작가이다. 장르가 에세이다. 자신의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 신간을 출간하면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하고, 직접 유튜브를 하며 독자와 소통하는 것 외에는, TV 출연이나 강연 행사 등 외부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서점을 산책하며 책을 읽는 소소한 자유를 오롯이 누리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불러주는 데가 있으면 어디든 까지는 아니지만 열심히 다닐 것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도 많다. 유명 자체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 작가로서 유명해지면 귀찮아지고 인기와 함께 악플도 따라다니겠지만, 밥벌이를 고민하지 않고 작가로 밥벌이가 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하지 않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출간한 저서의 누적 판매부수가 250만 부라고. 이기주 작가를 롤 모델로 삼는 이유다.
사실 나는 그렇게 큰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제네시스 GV80을 끌고, 아내 에미마에게 아반떼를 사 주고, 수원에서 10억 하는 신축 푸르지오에서 살고 싶다. 그렇기는 한데 작가 세계도 부익부 빈익빈이라 중간이 없다. 그 정도 살려면 적당히 잘 돼서는 안 된다. 나의 경제 전략은 열심히 모아서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떼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돈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작가가 돈 되는 일이라서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 작가인데, 작가로서 잘 되면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평균적으로 작가는 절대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극히 소수는 돈을 벌 수 있다. 그 극히 소수가 내가 되면 된다. 글을 쓰며 지금 내가 이력서를 내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 사회복지기관을 내가 직접 차리면 또 다른데 내 일생에 그것은 불가능하다. 사회복지사 일이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으며 할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니다. 오직 책 읽고 글 쓰는 일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아닌 할만한 일은 몇 있다.
이기주 작가가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은 아니다. 『언어의 온도』가 터져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6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글 쓰는 게 직업이었다. 서울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청와대 연설문 비서관 경력도 있다. 6권의 책을 내고 반응이 시원치 않으니, 자기가 직접 출간을 해서 서점에 발로 뛰어다녔다고.
이기주 작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작가를 라이벌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소수의 작가 만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작가로서 성공일 이루고 잘 살지만, 그걸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일반적인 경쟁과는 다르다. 내 글과 작가인 내가 의미 있는 숫자의 독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관심을 끌면 된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시는 고도원 작가님과 인연이 있다. 언젠가 조울증이 재발해서 정신병원에 3개월 입원했다. 조증은 잡혀 퇴원하였는데 집에만 있었다. 큰고모의 추천으로 어머니께서 고도원 작가님께서 충주에 운영하시는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에 나를 보내주셨다. 명상센터 옹달샘 직원을 아침지기라 불렀는데, 아침지기가 예뻤다. 소녀가 예뻐서 조울증에 걸린 나는, 내 눈에 비친 여자가 예쁠 때마다 조울증이 재발했다. 내가 만났던 정신과 의사 중 한 분이 여자가 예쁜데 좋아야지 왜 아프냐 물었다. 그분은 의사이고 얼굴도 훈훈하고 키도 크니 모른다. 얼굴과 키는 나도 쓸 만 한데, 상사병이 조울증이 되고 장기간 인상의 풍랑을 맞아 탈탈 털려 개털이 된 나를 연민하는 여자사람 친구 여사친은 있었어도, 나를 넘어뜨리거나 나에게 넘어지고 싶은 여자는 없었다. 사랑에 처음 빠지면 조증이 시작될 때처럼 좋다. 나도 좋고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좋다. 사랑이 늪이 되고 늪에 빠졌는데, 사랑의 대상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미쳐서 아프고 병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다. 그 어떤 사람이 나였을 뿐이다.
명상센터 옹달샘 아침지기가 예뻤다. 2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가. 옹달샘에 한 달간의 청년자원봉사로 다시 올라갔다 두 주 더 있었다. 그리고 옹달샘의 동유럽지중해 15박 16일 명상여행에 갔다. 착오가 있었다. 아침지기가 여행팀 부팀장이라 당연히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그해 그다음 여행 산티아고 순례여행에 간다고 같이 안 갔다. 신청 취소하고 산티아고를 갔어도 되었는데. 타이밍이란 게 그때 안 가면 못 가는 것이다. 일단 신청을 한 것 갔다 왔다. 그게 2015년이었다.
2020년 1월, 옹달샘 자서전쓰기 워크숍에 다녀왔다. 옹달샘에서 직접 하는 명상 프로그램 말고도, 외부 단체나 강사와 콜라보하는 워크숍이 있었다. 자서전을 내주는 출판사 대표가 강사로 왔고, 몸 풀기 마음 풀기로 명상 프로그램을 하며,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했다. 나의 첫 책으로 오랜 기간 써 오던 글의 장르가 자서전적 에세이였다. 그게 나의 참가 동기였다. 참가자 구성이 남녀노소 다양했는데. 그동안 살아온 생을 정리하여 지인들에게 나누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주로 오셨다. 자서전 쓰기 워크숍 강사가 하는 말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시중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대부분 기획단계부터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기획된 책이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베스트셀러가 처음부터 베스트셀러로 기획된다는 것이지, 베스트셀러로 기획된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역량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글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목표가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 자체는 중요하지는 않은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내 글의 역량과 상관없이, 나는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글을 쓴다.
지금 내가 꾸는 작가의 꿈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그보다 오래전부터 작가의 꿈은 있었지만 소멸되었다 다시 꾸기 시작했던 것이 그때다. 돌아와 생각해 보면, 나는 의도치 않게 현실과 꿈 사이에 양다리를 걸쳤다. 둘 다 이루지 못하고 가랑이만 찢어졌다. 지금도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며,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다 아들을 데리러 간다. 사실 최근의 나에게 좀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양다리는 아니다. 취업에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취업불가가 현실로 느껴지기도 하고. 취업이 되면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쓸 것이지만. 취업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용센터 담당자 알선 전화를 받았고. 이 글을 쓰고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온 후 이력서를 낼 것이다. 진심으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볼 것이다. 취업을 바라지는 않지만 취업이 되면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삶에 성실할 것이다. 진심으로 구직활동을 해도 안 되면, 진심으로 글을 쓸 것이다.
인쇄 유통만 빼고 내가 다 하는 내 책만 내는 1인출판사도 생각해 봤는데. 그것도 사업이라 안 했으면 좋겠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이번에도 응모할 것인데 압도적인 실력과 절대적인 운이 만나야 한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전에 취업이 안 되면 출판사 투고도 생각하는데. 일단 내 목표는 이기주 작가를 뛰어넘는 에세이집으로 기획출판이기 때문에 아무 출판사나 선택하기는 그렇다. 아무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것도 어렵고, 아무 출판사가 아닌 출판사에서 내 글과 나에게 관심을 갖기는 더더욱 어렵다. 여기에도 실력과 운이 만나야 한다. 세상에 나의 탐심을 자극하는 것 중에 그렇지 않은 것이 있던가? 이 나이에 최저임금에 준하는 데서 일하는 것도 그런데. 어떤 몽상과 망상 사이의 꿈은 소박한 현실조차 현실적이지 않을 때 시작되기도 한다.
사실 그것도 귀찮다. 브런치에 글 하나를 잘 써서, 그 글에 출판사나 에디터의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나 말고 아무나 아닌 출판사나 에디터로부터.
어중간한 글을 수많이 쏟아내는 것보다 하나의 임팩트 있는 Nuclear Bomb 핵 같은 글 하나가 의미가 있다는 것은 짧지 않은 글쓰기 경험으로 안다. 나도 글쓰기의 작은 성공들은 있었다. 그게 나를 직업으로서 작가가 될 수 있게 하는, 출간작가가 되게 하는, 그 정도의 무게와 크기에 미치지 않았을 뿐이다. 수많은 글을 쏟아내는 것도 그중에 핵과 같은 임팩트의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