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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Sep 17. 2022

아빠가 되었고, 작가를 꿈꾼다

에필로그

2021년 9월 10일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내 에미마랑 결혼을 했을 때, 나는 남편이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도, 나는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지만, 내가 아직 남편과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가 나를 찾아왔다.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꼭 돈 직업 이런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더 이상 내 안에 사랑이 남아있지 않았고,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누구의 쉴 곳도 없었다.


요한이가 태어났다. 아빠가 되었다. 아들 요한이가 내 인스타그램의 메인 모델이 되었다. 그 직전 모델은 아내 에미마였다. 내 글의 메인 주제도 아들 요한이가 되었다. 나의 꿈은 집에서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를 곁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그 시기에 맞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지금은 두 돌이 된 아기 요한이의 아빠다. 지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지금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아빠 남편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다.




나의 꿈은 소녀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소녀가 내 마음을 떠나간 이후에도 인생의 사랑을 찾아 수많은 여자를 사랑했다. 나의 꿈은 평생에 사랑할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 사랑을 놓았을 때, 비로소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우리들의 사랑으로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었다.

    

지금은 아내 에미마든 아들 요한이든 누구를 사랑하는 게 내 인생의 꿈은 아니다. 지금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작가로서 나의 이야기는 사랑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나의 결핍이었다. 사랑을 적게 받고 자라서 사랑에 갈급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자라, 사랑에 대한 욕구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의 소원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 단지 그것 하나뿐이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를 이제는 글로 쓴다. 나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해야 할 다른 이유는 없다. 사랑의 실패와 결핍을 이야기로 나눌 때 감동과 공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나누는 것이다.




한때 나의 꿈은 사랑 그 자체였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다 헛되고 헛된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의 인생을 살다 보면,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인연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인연과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다. 영화나 전설 속의 사랑처럼 사랑에 목숨 걸었다가 나처럼 인생 개털 된다. 사랑은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제 나의 꿈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린 이야기 여기로부터 작가로서의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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