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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숲 Aug 30. 2023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의 중년.

6화. 삼각관계

아줌마 친구와 싸웠다. 자녀 문제로 올라온 불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남편, 자녀 얘기는 '그냥 들어준다'였는데, 자녀 일에 끙끙대는 마음이 안쓰러워, 그랬다.  


멕시코는 치안이 안전하지 않단다.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지 마라', '집에 있어라'. 강한 보호를 하게 된단다. 당연한 듯한데? 자녀들이 아줌마 친구의 품을 떠나 독립된 세계로 진입하다, 어려움이 생겼다.


안타까운 마음에 훈수를 두었다. '냉정해져', '남편 말도 일리가 있네'. 아차, 했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편을 들었다. 섣부른 편은 부-부, 부모-자녀의 불안이 비혼 아줌마에게 투사(projection)되어, 마음만 껄끄러워지는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삼각관계는 가족 치료에서 쓰이는 용어다. 두 사람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제삼자를 끌어들이는 구도를 말한다. 즉, 부부가 불안할 때 자녀에게 '너 때문이야' 하므로, 부부 불안은 일시적으로 낮춰진다. 그러나, 부부의 문가 사라진 건 아니다. 괜스레 아이만 '왜, 나 때문이야?' 하며, 억울해진다.


해결을 위해 가족치료자 보웬(Bowen)은 분화 수준을 높여라!!! 했다. 불안하구나, 느끼고, 감정적으로 문제를 다루지 말라고 한다. 이론대로 되면 좋은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라며', 자기(self) 불안을 상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남편 말대로 하지', 편을 들다간 부모-자녀 문제가 아줌마-비혼 아줌마 친구 문제로 변해 버린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의 예는 많다. 친구 둘 간의 긴장에 놓여 왕따가 되기도 한다. 연인 간에 친구를 너무 좋게 말하다, 둘을 결혼시킨다^^; 형제간의 갈등에 엄마가 편들어 '왜 나만!! 미워해~~~' 원망의 소릴 듣는다. 어머니 편들다가, 이혼해!!! 들을 수 있다.


도우려 했을 뿐인데,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삼각관계의 불안 밑에는 '무능함'부터 '한심함', '미안함', '짜증', '분노' 등의 무수한 감정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묘해서 딱 하나의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다. 감정 밑에 도사리는 무수한 감정들이 내면을 들쑤셔, 심란해진다. 머리가 쑤시고 강도가 드세지면, 불안은 혼란도 높인다. 마음을 다 잡으려 그 감정을 받아주고, 위로해 줄 대상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괜찮니?' 하면 좋은데, 항상?? 그러기 어렵다. 부모- 자녀의 삼각관계는 반복되기도 하므로 '네 탓이요' 뼈아픈 소리 할 수 있다.


덩달아 불안해진 자녀는 '엄마 배고파' 하며, 일상 얘기로 눈치를 본다. 잠재우지 못한 아줌마 친구 불안은 '누구 때문에 속이 상한데, 밥 타랑이야', '네가 차려 먹어~ ~~~~~~~!!!' 벌처럼 쏘아대는 상황(projection)을 만든다. '괜찮다' 한마디를 듣기 원했을 텐데, 말이다.


아줌마 친구에게 뒤늦게 '괜찮아?' 해 보지만, '듣기 싫어' 매몰찬 소리만 돌아온다. 전문가여도 사적 관계에서 피어나는 거절에 대한 반응,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 되받아 치고, 삐친다. '못된 것,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하면서 말이다.


다행히도, 둘 사이 돈독함은 잠시 휘둘린 삼각관계를 돌려놓는다. 아닌 척, 문자를 주고받으며, 안다. '맘이 힘들고, 불안할 때는 알아주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러게 말이야'. 순간의 공감에 마음이 녹는다. 원치 않았던 싸움이 멋쩍었는지,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는 은근한 화해 앞에 눈을 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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