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숲 Jul 31. 2023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의 중년.

2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나는 아줌마 친구와 명동 롯데 백화점에 갔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기 위함이다. 3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만났다.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 친구들에게는 익숙하면서 편안한 곳이다.

    

‘어디서 볼까?'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인데, 아줌마 친구가 묻는다. '주말 2시, 롯데?', 내가 ‘엉’ 한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선 경험도 있다. 앱을 통해 찾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중년 아줌마들이다. 몇 시간을 헤매었다. 찾았어도! 다음에 없어지거나, 값만 비싸거나 맛이~~~~? 허무했다. 놀란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의 가슴은 '학습된 무기력'에 쫓기듯, 익숙한 장소로 돌아간다.


'학습된 무기력'은 반복된 실패를 경험할 때 오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해도 해도 안 되는 경험에서 온다. 로운 시도를 하려면 '안된다'는 생각을 바꾸고,  전략을 세운 후, 행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중년을 맞이했다. 경험의 쓴맛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대신 무슨 작전이라도 펴듯이 '구관이 명관이라고, 웬만하면 가던 곳에 가자' 소곤댄다.  


롯데 근처 T.G.I, 아웃백과 같은 프랜차이즈점 레스토랑도 가던 곳에 속한다. 밥값도 그리 싸지는 않아서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가 눈치 보지 않고, 길게는 3-4시간의 회포를 풀 수 있다.     

 

‘뭐 먹고 싶어?’ 물어보지만, 주문하는 음식도 매번 비슷하다. 스테이크 종류 1, 샐러드 종류 1, 스파게티 종류 1, 볶음밥 종류 1, 차 종류 기호대로, 커피이다. 양이 많아 남길 것 같아도 아줌마 친구와 비혼 아줌마는 살뜰히 챙겨 먹는다. ‘이거 괜찮다, 먹어봐’하면서.

      

이렇게 정이 있는 오후 만찬을 즐긴다. 아줌마 친구들은 남편, 자녀의 필요를 제치고 나온 귀한 시간이다. 음식 먹으며, 남편, 아이들 얘기, 부모님, 형제의 근황을 알뜰하게 묻는다. 부모, 형제의 안부는 나를 포함한 비혼 아줌마의 가족이므로 애틋한 마음으로 꼭, 챙긴다.

     

‘야, 우리 만남이 어떻게 이리 이어지지?’, ‘우리 둘은 남편 없고, 너희 둘은 남편 있어도 없는 듯하고'의 엉뚱한 답에 모두가 박장대소한다.  

             

내 남편이 이렇다. 아이들 성적은? 집이 몇 채냐? 모은 돈은? 따지고 들면, 아줌마 중년들은 친구 사이임에도 차별과 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


직장생활이 안정되고 길었던 비혼 아줌마 친구는 노후 받을 연금이 크다. 나처럼 진로 변화가 있었고, 자영업을 했던 아줌마 친구의 연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고국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지만, 타국살이 아줌마 친구 연금은 물론, 집 한 채 장만할 목돈을 쥐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랜 익숙함이 말해주므로,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는 '그랬구나', '잘했다', '괜찮냐?', '잘될 거다!' 해주며  옆에 있어 준다.


계획하지 않은 '우연한 계획' 아래 친구가 되었다. 새로운 시도에 무력해하는 중년도 함께 보낸다. 이 안에서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는 서로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더 원하고 있다.

이전 01화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의 중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