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무룩 한 숲에 들면 영상이 돌아간다
제풀에 놀라 날아오르는 생각과
반짝거리는 순간들
메소포타미아 평원이었다가 먼 황무지였다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저녁이다
칼라꽃이 핀 계절에도
건물들은 숨죽여 서 있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다리가 캄캄한 절벽을 더듬어 오른다
푸른 잎들이 빛을 지운 언덕
삭제 버튼을 잊은 나와 고양이 눈만
길목 지키고 있다
때론 놀이동산에서의 두리번거림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질서 없이 떠다니는
그곳은 참 이상도 해서
오래전 모습이 불쑥 튀어나와 그만 놀라게 한다
비몽사몽 나를 잊는 형식은
꿈속 여기저기를 건너다니는 일
덜 익은 토마토 같은 시간을 건너거나
지우고 싶을 때면
문전 거슬러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