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저희 아래층에 이사를 오신 아주머니는 유난히 청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이사 온 직후부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차례, 관리사무실을 통해 저희 집에 소음 민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날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을 때에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저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낮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집이 아니라고 웃으며 넘겼는데, 몇 시간 후 관리실에서 두 번째로 전화가 와서 제가 오히려 놀라서 일찍 퇴근하고 왔어요.
당시 저희 집 아이는 고등학생과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뛰어놀 나이가 아니었지요. 저희 옆집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미취학 아이 세 명이 삽니다.
세 번째에는 경비원 아저씨와 함께 아랫집 분께서 직접 저희 집에 찾아왔습니다. 소리의 원인이 옆집일 수도 있으나 아이들이니 양해해 주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아랫집 분은 걸어 다니는 쿵쿵 소리가 옆집이 아닌 저희 집이 확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발망치 소리가 크다고 하지만, 저는 발 지압을 위해 예전부터 평상시에도 슬리퍼를 신는 사람입니다. 하도 기가 막히는 상황이라, 아랫집이 이사 오기 전부터 슬리퍼를 구매했던 영수증도 확보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왈가왈부하기 싫어서 50만 원 가까이 들여 집안 전체에 1.5 cm 매트를 깔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슬리퍼를 신게 하기 위해 새로 주문했습니다.
이후 또 민원을 제기하며 경비 아저씨와 함께 저희 집에 찾아왔길래, 문을 열어 매트를 깐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트가 깔리지 않은 구석에서 소리가 났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아랫집 본인 집에도 소리 흡수 장치를 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소용없다 하더라'는 말로 본인 집에 돈 들이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였습니다.
하루는 저 혼자 집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쿵쿵 소리가 난다며 관리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집이 아니라고 말하고 마침 밖에 나갈 일이 있어 나와보니, 재활용 수거 차량이 쓰레기를 트럭에 담으면서 쿵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동영상으로 찍고, 다시 관리실에 전화했습니다. 모든 소리의 원인을 우리 집에 두는 사람이니 저희 집에 연락하지 말라고 관리실에 거듭 강조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소리를 적게 내기 위해 배려하는 저희와 달리, 아랫집에서는 정작 본인들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끊임없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무례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안 들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이미 송곳처럼 귀에 박히고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아버립니다.
공감을 잘하고 경청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말의 칼날에 상처를 더 크게 입습니다.
귀에 들어와 버린 말이니, 어떻게 다루느냐는 나의 몫입니다.
칼날 같은 무례함이 나를 더 크게 베기 전에 '그럴 권리가 있는 말'인지 똑바로 마주 봅니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상대방의 배려를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옆집, 그 윗집과 아랫집 등 같은 동 전체에 해당하는데도 저희만 콕 집어서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말하는 상대도 틀렸고, 말하는 내용 또한 적정선을 훨씬 넘었습니다. 즉, 들을 가치가 없는 말입니다.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배려를 하고 웃으며 살고 싶었습니다. 들을 귀가 없고,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하는 사람과 이웃이라는 게 서글프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말에 속이 상할 여지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듣고 의미를 부여할 가치가 있는 말, 나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만 공감이라는 에너지를 쏟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