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억
능수버들이 바람결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바람이 시키는 데로 따라 한다. 갑자기 능수버들을 보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났다. 어린 시절 난 친구 집에 밤만 되면 놀러도 가고, 때로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오기도 했다. 시골은 전깃불도 안 들어와 밤이면 컴컴하고 주위는 조용하기까지 했다. 친구 집 놀러 가면 어른들이 무서운 옛이야기를 종종 해주시곤 했다. 달걀귀신이 나온다고도 하고, 시골 정자는 몇백 년 묵은 나무가 있었다. 내, 손으로 안아봐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하게 크다. 대궐 같은 기와집 우리 동네에서는 제일 큰집이었다.
정자나무는 여름에 시원하게 그늘막이 되기도 하였다. 마을 어르신이 정자나무에 자리 깔고 누워도 계셨다. 밤이 되면 정자나무가 지날 때면 무서웠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지금도 고향 가면 있다. 정자나무에서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온다고도 하고 그랬었다.
친구네 집에서 놀다 집에 올 때면 주위도 어둡고 난 달리기 선수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집에 왔다. 무서운데도 친구 집을 많이 갔다. 가서 숙제도 하고, 친구 집 가면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해서 누룽지가 맛있게 있었기에 먹는 재미로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아프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친구 아버지는 그 당시 미군 부대에 다니셨다. 미군 부대 다니시다 보니 그 집에는 색다른 게 많았던 것 같았다. 흰쌀밥에 다른 집과 다르게 먹었다. 난 노릇노릇 누렇게 누른 누룽지 먹으러 갔던 것 같다. 그 당시는 먹을 게 그리 많지 않았기에 난 친구네 집 흰쌀밥 누룽지가 좋았다. 지금이야 흰밥은 건강에 안 좋다 하여 먹지 않고 잡곡을 먹고 있다. 정자나무 때문에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추억은 있지만 그 당시 함께 했던 부모님은 안 계신다. 이제는 내가 그 당시의 부모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귀신, 지금 생각하면 어른들이 놀려 주려 그랬나 보다. 컴컴 해지면 대나무 소리도 무서웠으니 말이다.
대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귀신이라 믿었다. 얼마나 순진하고 그 당시 청순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이런 말 하면 믿지도 않겠지!. 정말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 그래도 회상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