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주위는 서서히 어둠으로 채워진다.
채송화는 낮 동안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가, 밤이 되면 살며시 꽃잎을 닫는다.
아랫집 창틀에 놓인 화분은 생명 없이 흙만 덩그러니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채송화의
씨앗 하나가 ‘톡’ 하고 파편처럼 튀어 그곳에 머물렀다. 이내 작은 싹이 돋아나더니, 어느새 꽃이
피어났다.
어둠이 내려앉은 화단에서는 풀벌레들이 가을을 노래한다.
“어때요, 어때요? 가을이에요. 제가 가을 자장가 불러드릴게요.”
풀벌레들은 서로 소리 높여 울어대니, 자장가라기보다는 쇳소리 같은 울림이 귓전을 때린다.
그러나 아파트 안에서 이렇게 멋진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다. 과실이 익어가는 계절, 나는 눈과 가슴으로 이 순간을 감상하며, 설렘으로 그들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