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u Ming Dec 06. 2024

'딱똑 딱똑' 거꾸로 가는 시계로 태어나련다.


'딱똑 딱똑' 거꾸로 가는 시계로 태어나련다.


정상적인 시계는 '똑딱 똑딱'하고 앞으로 갑니다. 하지만 저는 꾸로 가는 시계 라도, 시간을 과거로 흐르게 하고 싶습니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나 '어바웃타임'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꼭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거든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람은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전 글처럼, '판다, 아나콘다, 비버'로도 다시 태어났기에,

거꾸로 가는 시계로 태어나는 것도 꼭 불가능할 것 같진 않습니다.


산타할아버지라도 좋으니 누구든 제 소원에 귀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소원이뤄주신다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지키겠습니다. 에서 거의 당첨 복권 번호를 적어간다거나, 거에서 암호 화폐를 몰래 산다거나,  신도시 부동산 음흉하게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바꾸고 싶은 과거 외에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게요. 맹세합니다.


제가 이렇게 간절히 바라더라도 이루어지 않겠지만, 

오늘도 그저 을 가슴에 품고 꿈꾸며 잠이 어 봅니다.




똑딱, 똑딱... 따악똑.. 딱똑!


늦은 밤 꿈에서 신비한 노인이 거꾸로 흐르는 시계를 들고 저에찾아왔습니다.

원하는 과거에 도착하면 시간은 다시 앞으로 흐른다는 조건과 함께요.


노인으로부터 건네 받은 시계는 제가 바란대로 시간을 거스르기 시작합니다.

"똑딱, 똑딱... 따악똑.. 딱똑!"



딱똑,

기대되는 첫 번째, 시간 여행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악몽과도 같'2024년 서울의 밤'이네요.

아내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립니다. 저는 오늘의 결과를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척 아내를 덤덤하게 위로합니다. 다만 확신에찬 목소리로 아내의 눈을 보고 안심을 시키며 말합니다.

"정 말고 자고 나면 한 결 괜찮아질 거야!"라고요.


딱똑,

올해, 아내의 생일입니다. 우리 부부하지 말아야 할 부동산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날의 저는 계약의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아내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아내는 지혜롭게 여유를 갖자는 말을 합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립니다.


그런데 제가 돌아가고 싶은 간은,

또 바꾸고 싶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딱똑, 딱똑,

시계는 제 마음을 알아챈 듯 빠르게 흐릅니다.

2012년 8월 17일, 아내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아내는 십여 년을 넘게 함께한 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눈에 띄게 앳됩니다. 사십 대 중반인 저 열두 살이나 어린 아내가 한없이 귀엽습니다. 그녀의 웃음소리에는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그녀가 저를 만나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금이라도 어서 도망 말해주고 싶지만... 그러면 우리 아들 '심쿵'이를 만날 수 없기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대신 아내에게 정해지고자 결심합니다.


아직 제가 가지 못 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제가 돌아가고 싶은 과거 역시나 이곳이 아닙니다.




딱! 똑! 딱! 똑!


시계가 저에게 집중하라는 듯,

시침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고 있습니다.


"혼자서 먼 곳을 보고 있어?"

뒤를 돌아보니, 자연스레 제 어깨 위로 익숙한 손이 올라옵니다.

십여 년 전 유명을 달리했던.. 토록 보고 싶던 친구가 저를 향해 미소 짓습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제 눈앞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은 친구가 닷가에 앉아 자신의 꿈을 에게 설명하고 또 그의 인생의 앞날을 결심한 날이기도 합니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우리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으며  빛나는 눈을 말없이 바라다.


지난 십여 년 간, 수 백번은 넘게 회고했을 친구의 이야기는 오늘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원하는 과거에 도착하면 시간은 다시 앞으로 흐른다'라는 노인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에게 이제 남은 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저는 친구의 손을 소리 없이 잡고 이제 제가 이야기할 차례임을 소년인 친구에게 알려줍니다.


과거로 돌아갔기에 몸은 십 대로 변했지만 머리는 여전히 사십 대 중반인 저는, 


입시 지옥에 갇힌 청소년인 우리는 마치 모래사장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거북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현실은 거친 모래 위를 힘겹게 나아가는 거북이의 느린 발걸음처럼 답답하지만, 곧 바다에 다다르면 거북이의 다리는 새의 날개로 변해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요.


우리의 이십 대는 봄날의 벚꽃과 같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기에 젊음을 스스로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삼 대는, 차가운 겨울비를 견뎌내고 집에 돌아 명품 버버리 코트와 같고 말합니다. 아내는 겨울비를 맞은 명품 버버리 코트를 소중하게 닦아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따뜻한 곳에 걸어줄 것이 우리의 자식은 키보다 높게 걸린 버버리코트를 바라보며 동경할 것이라고요.


비록 세상을 살아가면서 실패와 좌절이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겠지만, 너와 내가 서로에게 기대고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약은 누구든 먹을 수 있는 감기약과 같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십 년 동안 고 싶어 했던 말을 건넵니다.

"그때 가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지 못했어. 미안해"




ㄸㅏ ㄱ.... ㄸㅗㄱ


거꾸로 가는 시계는 이제 힘을 잃은 듯, 저에게 마지막을 서둘러야 한다고 합니다.

아직 더 들리고 싶은 곳이 많지만, 제가 향해야 할 장소, 존재해야 할 시간은 명확합니다. 이곳은 마지막 종착지이기에, 아마도 저는 이 시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삶에는 다시 숙제가 쌓여 있을 겁니다. 친구와의 추억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현재의 아내를 찾아가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것입니다.


"딱똑"

마지막 마법이 이루어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젊은 어머니 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젊은 어머니의 손에는, 칠순이 넘은 고된 삶의 흔적이 아직 묻어있지 않습니다. 그녀의 눈은 저를 향해 부드럽게 빛났고,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삶 앞에 서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용기를 내어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합니다.


"어머니, 이제 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드릴게요."


거꾸로 가는 시계는, 이제 시계의 방향을 돌려 흐르기 시작합니다

"똑딱, 똑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