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u Ming Dec 11. 2024

새벽을 여는 공기로 다시 태어나련다.

새벽을 여는 공기로 다시 태어나련다.


이른 새벽, 오늘도 사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하기 위해, 익숙해지지 않새벽 공기를 마주합니다. 새벽의 공기는 후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각과 촉각을 통해 느껴지는 새의 공기는 매일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새벽길에 나서면 하루를 이르게 시작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합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피곤함이 묻어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명종 알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아서 동지애까지 느껴지만, 한 편으론 그들은 어떤 사연으로 이 거리를 나섰을까 궁금해집니다.


새벽 시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둑함이 길거리에 아직 짙게 깔려있고, 모두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할 때, '이 순간 유일하게 홀로 여유로운 건 누구일까?'라고 스스로 자문해보니, 이 시간 여유로 수 있는 건 오직 새벽을 여는 공기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을 여는 공기로 태어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늦은 밤'과 '아침'의 친구, '새벽'입니다.


'새벽을 여는 공기'로 태어난 후, 저에게 친한 친구가 둘이나 생겼습니다. 


한 명은, ' 밤'입니다. 

'깊은 밤'은, 자신을 의 지배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제 앞에서 자신의 검은 옷은 한낮의 태양마저 덮을 수 있다며 꽤나 으스대는데... 제가 사람일 때 배운 지구의 자전을 설명해 줄 수 없기에, 친구의 창피함은 저 혼자만의 몫이 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길거리에는 사람들은 물론 야동물들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풀벌레마저 잠이 들었는지 그저 고요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제 친구 '은 밤'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친구는 자신이 세상에게 줘야 할 것은 활력이 아니라 평안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어둡고 조용한 시간을 묵묵히 지켜준 '깊은 밤'을 과묵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 이 친구는 수다쟁이입니다. 마음껏 소리 내어도 되는 새벽 시간, '깊은 밤'은 지난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깊은 밤'이 수다쟁이라는 건 아마 저만 아는 사실일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두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저는 그래서 '깊은 '을 좋아합니다.



다른 한 명의 친구는 '아침'입니다.

'아침'은 저와 인사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정신없이 사람들을 깨우는데 집중합니다. '아침'은 "지각은 안돼, 지각은 안돼."라고 중얼거리며 람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농촌의 암탉부터 휴대폰의 자명종 알람, 심지어 도로의 경적 소리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침'의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책임져야 한다며, 전날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든 학생들과 과음한 직장인들의 정신을 맑게 해 주기 위해 분주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에 '아침'이 좋아하는 음료수는 '모닝커피' 그리고 '숙취해소제'입니다.


그러나 두 친구 모두 저의 시간에 대해서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에게 숙면을 취하도록 평안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깨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리 셋은 다르고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한 뜻이기에 우리는 서로를 존중합니다.



새벽, 삶의 무게만큼 아름다운 시간


마지막으로 '새벽', 저의 시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직 모두가 잠든 시간, 세상은 '깊은 밤'이 만든 고요 속에 잠겨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어둠의 맨 끝자락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첫 빛의 조각을 천천히 올려놓는 일. 깊은 밤의 차가운 숨결을 따뜻한 햇살의 온기로 바꾸는 일. 이는 저의 가장 큰 사명이며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는 언제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만나며 의 존재 이유를 느낍니다. 시장의 첫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상인, 길거리의 종이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 새벽부터 시작된 공사장 속 분주하게 일하는 아저씨의 헬멧 아래로 흐르는 땀방울, 정해진 시간의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까지, 그들의 성실한 발걸음은 가 더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를 선물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새벽의 공기는 성실한 이들의 호흡으로 완성됩다.

사람들은 때로는 비틀비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힘 겹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토끼 눈처럼 눈이 붉게 충혈되서도 기어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굳이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내뿜는 그들의 의지가 섞인 거친 숨은 에게 큰 에너지가 됩니다.


사람들의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볼 때면 저는 이렇게 속삭니다.

"당신의 하루의 시작은 비록 힘들겠지만, 당신의 땀방울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이 물들어갑니다. 는 마지막으로 밤의 차가운 흔적을 씻어내고, 모든 이에게 희망의 빛과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새벽의 끝은 아침의 시작이니까요. 는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하지만, 저보다 성실하게 새벽에 일한 사람들의 마음 가짐에 저의 마음은 뜨거워집니다.




글을 모두 쓴 늦은 밤, 뉴스속보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잠시 새벽이 된 상상을 접고 나니 답답한 우리의 현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어쩌면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새벽은 빛으로 세상을 열지만, 사람은 희망으로 하루를 연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희망의 첫 숨결라 믿습니다.

새벽의 공기가 다시 한번 우리 삶을 뛰게 할 그날을 기다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