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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Sep 18. 2024

40년째 학교 갑니다.

  올해 돌이켜 보니 내가 배우러 학교 다닌 지 초중고, 대학교 4년 및 편입 및 대학원까지 도합 20년이고 내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러 학교를 간지 20년이 된 해였다. 목적은 다르지만 학교라는 곳을 다닌 지 40년이 된 것이다. 아마 제목에서 나이가 지긋한 원로교사로 오해한 분들도 있으실 텐데 그래도 학교라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40년을 다녔다니 나름 의미 있는 해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지겨워 언젠가 이 공간에서 해방될 날을 꿈꿔본 적이 있고 대학에서도 이제 이 공간을 벗어나 직장에서 돈을 벌며 자유롭게 살려고 했는데 눈 떠 보니 또 학교이다. ^^

하지만 다행히 학교가 좋고 아이들도 좋다. 가끔은 일요일 밤이 오는 게 싫고 내일 학교 갈 두려움에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다른 직장인과 다른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래도 매일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눌 때 가장 웃긴 것은 퇴근하거나 밖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제발 인사만 하면 좋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듣게 목청껏  " 0학년 0반 선생님이시다~! 안녕하세요~!"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밝게 웃으실 수가 없다. 싫지만 좋은 그런 걸까?


그리고 우리 아파트 앞에 짧은 횡단보도가 있다. 이곳은 차량이 적어 많은 분들이 슬쩍 차 안 오는 것을 보고 무단횡단하는 곳이다. 이곳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단횡단 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신 거 같다.  

그래도  나는 일단 서 있다. 은행나무침대라는 영화에 장군처럼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도 많이 사람들이 빨강 불에도 지나다닐 때도 혼자 초록불을 기다릴 수 있는 정신! 이 사명감이 남과 다르다고 할까? 어떤 때는 나 때문에 건너려다가 쭈뼛한 분들도 있으니까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면 주었겠지?


  그리고 각종 국경일에는 태극기 달도록 강조하고 현중일에는 조기 다는 법 가르치고 "집에 없는데요" "놀러 가요" 등으로 국기를 못 다는 이 유늘  대는 학생에게는 국민이라면 국기 하나 정도는 갖춰야 되지 않을까, 용돈으로 사보면 어떨까, 엄마에게 이번에 사자고 권유하는 건 어떨까, 관리사무실이나 행정복지센터에도 판대요, 선생님은 놀러 가기 전날에 달고 가요(실제로 그렇다) 등등으로 교육자로서 또 공공기관의 종사자로서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사실 못 다는 이유를 말하는 학생들은 가정에서 국기 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맞을 것이다. 국경일에 국기 다는 가정이 생각보다 적어 놀란 경우가 많다. mz세대가 부모가 되고 불필요한 물건은 줄이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국기를 간편히 보관하고 걸 수 있게 (새 아파트에는 국기 꽂을 곳도 안 만든다는 데)  앞으로 이런 것에 대한 대안책도 나오면 좋겠다. (국가에서 출생기념으로 또는 입학선물로 세워지는 작은 태극기를 선물하면 어떨까)


그리고 학교밖을 나가서도 아파트 담장에서 뛰어내리거나 아이들이 신호 안 지키고 횡단보도 건널 때, 한 학생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보일 때 얘들아 위험해~ 또는 너네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관심과 용기 이게 내가 다른 직장인과 다른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내일 나는 또 학교 간다. 힘겹게 알람을 끄고 학교 갈 채비를 할 것이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자마자 선생님 왔다! 라며 반겨주는 아이들이 있는 곳. 나는 또 숨을 휴 몰아쉬고 마음을 다집고 교실 문을 열 것이다. "얘들아 추석 잘 보냈어?"라고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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