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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Sep 18. 2024

부미남 06. 얼굴마담 하는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에 미친 남자, 장편소설, 돈




   시간이 지나면서 알음알음으로 소문을 듣고 남자를 찾아오는 시행사가 있다. 투자자를 연결해 주거나, 분양 대행을 해 달라는 것이다. 검토해보고 사업성이 있으면 J가 분양 영업조직을 만든다. 분양 영업은 광고, 현장 및 TM(Telemarketing)의 3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분양해야 할 규모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팀을 투입한다. 일반적으로 광고와 현장을 한 팀으로 하고, 30-40대 여성들로 묶어 TM 조직을 구성한다. TM은 토지를 쪼개서 파는 기획부동산 조직과 거의 유사하다. 영업조직이 셋팅되면,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영업 화법, 분양할 상품을 교육한다. 오피스, 오피스텔, 상가, 쇼핑몰, 병원, 단지내상가, 토지, 아파트 등에 따라 화법이 달라진다. 보험회사에서 영업사원 교육하듯이, 화법에 대한 Role-Play를 반복적으로 시킨다. 영업사원들은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정보원이 사방팔방에 퍼져나가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이 팔아달라는 물건이 전국에서 남자의 책상 앞으로 모여들었다. 부동산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손에 쥐고 있는 남자이므로, 수수료로 밥 먹고 사는 그들에게는 남자는 전설이 되었다.          



  “등산 다들 해보았지? 등산하다가 능선을 타기 시작하면 시야가 환해지지. 그러면 정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걷다가 내려와. 결국 등산을 했다고 하지만, 정상은 모르는 거지. 사업도 그래,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은 정상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길을 찾는 일이었어,’

  돈 있는 사람이 돈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법이다. 남이 돈 벌어 줄 것이라는 착각과 건방이 그들 마음속에 가득 차 있지, 돈은 벌고 싶고 일은 하기 싫고, 위선으로 똘똘 뭉쳐 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서 있는 사람들···. 잘되면 우리 탓, 못되면 본인 탓하는 거지” 남자가 말한다.

  “잘되면 자기 탓, 못되면 남 탓하는 거 아닌가요?” J는 말한다.

  “아냐, 부동산 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 돼,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서, 그것을 믿게끔 하는 게 부동산 컨설팅이야, 컨설팅은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주는 것이지, 전문용어로 To Be라고 한다. 우린 그것으로 돈을 버는 거고, 실패하면 자기가 운이 나빠 그런 걸로 생각할 거야, 이제부터 진짜 게임이야. 부동산···, 부동산은 이제부터 우리 놀이터가 돼야 해”

  부동산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남자의 말에, J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격한 감정이 뜨거운 용암처럼 솟아 올라왔다. 호흡을 멈추고 입을 다문 채로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와 함께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웃음이 되어 남자에 대한 아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형님, 형님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연극배우가 대사를 읊듯 말하고 술을 훅하고 들이키더니 술잔을 탁하고 테이블에 놓는다. 힘에 대한 절대 순종, 수컷이라는 남자들의 본능이다. 생존본능에 따른 찰나의 동물적 감각이 자기도 모르게 행동으로 나온 것이다. 남자가 웃는 듯, 비웃는 듯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얼굴로 빈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두 손으로 술잔을 받는 J의 모습이 공손하다. 여자는 남자의 위계질서에 대한 목격자가 되어 증인이 되었음을 확인하듯, 소주잔을 들어 마신다.          



  “형님, 동탄 신도시는 언제 갈 겁니까?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매일 보도자료를 뿌리며 분위기 띄우고 있습니다. 아파트 사업설명회가 잠실교통회관에서 있습니다. 스피드뱅크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것으로 보아, 광고 및 홍보 계약을 스피드뱅크에서 수주한 겁니다. 아파트 투자 전략으로 무료 세미나 한다고 신문에 광고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전문가로 활동하는 K 박사를 강사로 섭외하였는데, 이런 사람을 뭐하고 하는지 아세요?”

  “두 달 전에 K가 근무하는 S 은행 부동산팀에 가서 밥 먹었는데···, 얼굴마담 하는 거 아냐?”

  “얼굴마담 맞죠, 업계에서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부의 채찍에 ‘가’하면··· 가고, ‘서’하면··· 서는, 말입니다.”

  남자가 술잔을 들어 마신다. 빈 술잔을 물컵에 헹구고 J에게 준다. 술을 따라준다. J 앞에 술잔이 두 개가 놓인다.

  “‘말’이라고?”

  “방송과 언론, 각종 사이트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행세하는 K, B, P, C, J 등 다들 비슷합니다. 그중에 K하고 P가 그래도 몸값이 비쌉니다. 200만~300만 원 정도면 마이크 잡고 바람잡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 그 정도 돈으로 움직인다고?”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그 사람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송이나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전문가라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의 ‘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가만히 이야기 듣던 여자가 말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파트 가격에 대한 전망을 연초면 하잖아, 지난 5년 동안 뭐라고 했는지 뉴스 검색하고 앞뒤로 맞추어 보았더니, 일관성이 없더라. 연초에 했던 말이 연말이 되면 다 바뀌어.” 

  “진짜요? 그것을 다 뒤져봤습니까?”

  “궁금하잖아. 진짜인지 아닌지”

  “동탄의 김 회장이 형님 뵙자고 계속 연락 오고 있습니다. 롯데 시네마가 30년 임대차 계약했다고 합니다. 김 회장, 박 회장 둘이 동업하는 개발사업인 것은 지난번에 말씀드렸고, 박 회장이 시공 담당, 김 회장은 분양 담당으로 서로 사업을 나눠 가졌는데, 박 회장이 분양에 관심을 가지면서 약간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돈을 더 갖겠다고 둘이 싸우는 거네”

  “그리고 판교역 중심상업지에서 개발사업 하는 ‘(주)동서산업’이 PF를 못 풀고 있습니다. ‘(주)상가뉴스123’의 김 사장이 분양 대행 계약했는데, 한번 전화해 보시죠? 형님이 전화하면 좋아할 겁니다.”

  “일정 잡아서 움직이자”

  “구파발역에 SH에서 토지 분양한 땅이 있습니다. 개발하다가 망한 현장으로 업계에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펜스 쳐진 걸로 봐서는 시행사에 뭔가 문제 있어 보이는데, 옆구리 한번 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거기서 일하던 본부장을 알고 있습니다.”         


 

  J와 함께 동탄에 내려가, 분양 대행사업 계약을 맺었다. 분양 수수료는 7%였다. 상층부에 극장이 들어오는 PLAZA Mall이다. 박 팀장에게 2개 본부로 해서 영업사원 80명을 구성하도록 지시하였다. 벌떼 영업이다. 벌떼처럼 인원을 투입하여 확률로 영업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속전속결이 답이다. 계약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한다. 80명의 인원 중에서 계약을 유치할 수 있는 영업사원은 30명 내외이고, 나머지 영업사원은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판교역 앞에 8층 상가 건물을 분양 대행하는 김 사장과 시행사 회장을 만났다. 시행사는 LH에서 평당 7,3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기업 은행에서 PF 승인 조건으로 선분양 200억 원 요구하였다. 시행사는 신탁사와 신탁업무가 체결되지 않아서, 정식계약서 발행이 어려웠다. 시행사가 낙찰받은 가격인 평당 7,300만 원에 1층 양쪽 코너 상가와 전면 상가 2개, 총 4개를 투자자들에게 연결하여 주었다. PF 승인받아야 하는 시행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임시계약서는 시행사와 개인투자자들이 쌍방 작성하였고,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계약금에 질권 설정하였다. 신탁사와 업무체결이 되면 질권 풀어줄 것이고, 신탁사의 분양 관리번호가 찍힌 정식계약서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이렇게 물꼬를 열어주자, 테헤란로에 있는 중개업소에서 투자자들을 찾아 150억 원을 선분양하였다. 

  KBS 9시 뉴스에서 남자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다. 판교역 상업지의 예상 분양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었다. 평당 1억 원 이상으로 분양가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방송에 이야기하였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남자는 투자자들에게 평당 3,000만 원씩 남기고 되팔라고 조언하였다. 투자자들은 선투자로 6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7억 원 내외의 시세차익을 보았다. 미등기 전매의 변형된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원장정리’라는 은어를 사용한다. 공개된 거래가 아니라서 세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현금 수입이다.     


  구파발역 상업지는 돈 많은 친구 3명이 모여서 SH에 토지 입찰 한 것이다.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속 시행착오 겪는 중이었다. J가 접촉하여 보니, 국내에서 호텔 개발사업을 하는 ㈜굿모닝의 권 회장이 개발사업 PM(Project Management), 시공사업 및 분양사업에 대한 용역계약을 모두 끝냈다. 사업권을 권 회장이 얻었으니 시행사는 서류만 있는 껍데기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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