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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불혹 1부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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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Aug 27. 2023

불혹 6. 소문

<부동산소재소설 1부>

         1     


         시간이 지나면서 알음알음으로 연락 오는 시행사가 있다. 분양 대행 위탁 용역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검토해보고 사업성이 있으면 정 팀장이 상황에 맞는 분양 영업조직을 만들어 투입한다. 분양 영업은 광고, 현장, TM(Telemarketing) 이다. 광고와 현장은 한팀으로 가고, TM을 별도 한팀으로 묶어 버린다. 토지 작업하는 기획부동산의 조직을 응용하여 TM은 40대 여성으로 모은다. 기본급을 150~200만 원을 주면서 전철역 인근에 사무실을 만든다. 이들 영업조직이 셋팅되면,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영업 화법, 분양할 부동산 상품을 교육한다. 보험회사에서 신규직원을 뽑으면 직원교육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화법에 대한 Role-Play를 반복적으로 시킨다. 일부가 강의받은 대로 화법을 전개하지 못하면 영업조직에서 아웃시킨다. 시간이 가면서 영업사원들은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들이 헤어져서 상가, 오피스텔, 타운하우스, 아파트 등 여기저기 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분양 영업을 한다. 가끔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정보원이 전국에 깔리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분양해야 하는 물건을 정리해서 투자자 소개해 달라고 자료를 만들어 보낸다. 부동산 투자하겠다고 줄 선 사람이 어미 새 쫓아다니듯 태현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돈이 흘러가는 길목에 태현이가 서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에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시행사 대부분은 사업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PF(Project Financing) 조달 조건으로 선분양 조건에 발목이 잡혀있기도 한다. 그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그러면 Deal 한다. 보통 예정된 분양가격의 30% 할인 조건이다. 그리고 할인된 가격의 40%를 시행사에 입금하여 준다. 나중에 정식 분양될 때 전매작업을 한다. 밖으로 노출되면 세법에 걸려 의뢰인이 가지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시행사 – 태현 – 투자자로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분양 승인이 떨어지면 정상가격으로 되팔아서 그 수익을 투자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다. 아파트의 미등기 전매와 같은 형태이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균적으로 100% 투자 수익을 본다. 돈맛을 한번 본 투자자는 태현이 바짓자락을 붙잡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압구정동 일식집에서 셋이 회식을 한다. 동대문에 있는 공동사무실에서 1년을 지냈다. 그리고 1년 만에 논현동에 110평짜리 사무실을 얻은 것이다. 압구정역과 학동역 중간이다. 

         “산이 보인다고 정상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 정상은 아직 멀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숨차게 올라가야 하고, 자빠지면 굴러갈 내리막도 있다.”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두 손을 깍지낀다. 깍지 낀 두 손을 왼쪽 얼굴에 댄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은 산의 입구를 찾는 일이었다. 의뢰인들의 욕망이 그 입구인 것을 알았다. 그것은 돈이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먹으면서 이야기해” 회 한 점을 태현이 접시에 미희가 올려놓는다.

         “돈이 있는 사람이 돈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법이다. 남이 돈을 벌어 줄 것’이라는 착각과 건방이 그들 마음속에 가득 차 있다. 돈은 벌고 싶고, 일은 하기 싫어하다.” 정 팀장을 보고 말한다. “일은 우리가 한다. 위선의 탈을 쓴 사람들이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이다. 그렇다면 설사 돈을 못 벌고, 투자 실패를 해도 우리 탓을 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잘되면 우리 탓, 못되면 본인 탓이다. 이것이 내가 그림 그리는 부동산 컨설팅 비즈니스다.”

         “잘되면 자기 탓, 못되면 남 탓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그게 되나요?”

         “가능하지. 자기가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얻으면 성공하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가 나의 사업 철학이다. ‘人得於成無信物心之失’이다. 우리와 경쟁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왜? 우리 같은 회사가 대한민국에 없기 때문이다.” 

         “네 맞습니다. Fighting!”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게임이다. 산중의 산, 부동산, 그 부동산이 우리 놀이터다. 내가 부동산박사 학위를 받고자 하는 것은 부동산에서 먹을 옹달샘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옹달샘을 못 찾으면, 정상까지 물을 지고 가는 지게꾼이라도 만나야 한다.”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면서 본다. 

         “두 사람도 공부하고 싶으면 해. 회사에서 등록금 내줄게”

         “대표님, 저는 그냥 형님이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문대도 겨우 다녔습니다. 공부는 저하고 거리가 멉니다.” 손으로 머리를 한번 넘긴다. “형님 공부하시는데, 구멍 난 시간을 제가 몸으로 때워야 하지 않습니까? 형님이 폼~나게 앞으로 가시고, 저는 형님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겠습니다.” 미희를 보고 말한다.

        “누님은 대학 공부하시죠,”

         “김 이사,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학부 과정이 있다. 야간에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하면서 다닐 수 있다. 다녀 봐, 인생에 좋은 추억이 될 것이야.”

         “진짜?, 그럴까···, 해보고 싶다.”

         “누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형님, 동탄 신도시는 언제 갈 것입니까? 상가관련 정보업체들이 언론에 보도자료를 무지 뿌리고 있습니다. 분위기 띄우는 것이죠, 상업용지 비율이 신도시 중에 가장 적어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모든 언론에 도배하고 있습니다. K씨가 동탄 신도시 아파트 사업설명회를 잠실교통회관에서 합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에서 사람들을 모은 것으로 보아, 동탄 1지구 래미안 아파트 마케팅용역계약을 스피드뱅크에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피드뱅크가 K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형님 혹시 아세요? 이런 K 같은 사람을 뭐하고 하는지?”

         “아니, 모르겠는데, 미희 너는 알아?”

         “응, 난 알지” 미희가 웃는다.

         “업계에서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부의 채찍에 가라면 가고, 서하면 서는 ‘말’입니다.”

         태현이가 술잔을 들어 마신다. 빈 술잔을 물컵에 헹구고 정 팀장에게 준다. 그리고 술 한잔을 따라준다.

         “‘말’이라고?”

         “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방송과 언론에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로 행세하는 K, B, P, C, J 등 다들 비슷합니다. 그중에 K하고 B가 그래도 몸값이 비쌉니다. 200만~300만 원 정도면 ‘투자가치가 있다.’ ‘분양을 받으라’라고 바람잡이 하는 ‘말’ 노릇에 충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 그 정도 돈으로 움직인다고?”

         “네,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물론 비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분양하는 가격을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송이나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이들이 전문가라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의 ‘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년 초에 아파트 가격 전망하고, 정책이나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 것인지 언론에서 떠드는데, 다 제 멋대로입니다. 그럴싸하게 말하는데 실전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야기한 전망이 맞는지 안 맞는지, 내가 정리한 적이 있어. 지난 5년 치 뉴스 기사 검색하고 자료 찾아서 맞추어 보았더니, 일관성이 없더라. 연초에 했던 말이 연말이 되면 다 바뀌어.” 

         “진짜요? 그것을 다 뒤져보았습니까? 누님.”

         “궁금하잖아. 진짜인지 아닌지”

         정 팀장이 술을 먹고, 물컵에 헹군 빈 잔을 태현이에게 주고 술을 따라준다.

         “그리고 동탄의 김 회장이 형님 뵙자고 저에게 계속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영화관이 30년 임대차 계약하였습니다. 김 회장, 박 회장 둘이 동업하는 것은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고, 박 회장이 시공 담당, 김 회장은 분양 담당으로 서로 업무를 구분하였는데, 박 회장이 분양에 관심을 가지면서 약간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돈을 더 갖겠다고 둘이 싸우는 거네”

         “그리고 판교역 중심상업지 개발사업을 하는 ‘동서산업’이 지금 PF를 못 풀고 있습니다. 정보업체 김 사장님이 분양 대행 사업계약을 했는데, 한번 전화해 보시죠? 형님이 전화하면 구세주 만난 듯 좋아할 것입니다.”

         “알았다. 일정 잡아서 움직이자”

         “구파발역 3번 출구 앞에 SH에서 토지 분양한 땅이 있습니다. 개발하다가 망한 현장으로 업계에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펜스 쳐진 것으로 보아서는 시행사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옆구리 한번 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거기서 일하던 본부장을 알고 있습니다.”   

  

           

   

         박 팀장이 잡아 놓은 약속에 따라 동탄에 내려가서 대행사업 계약을 맺었다. 수수료는 7%로 계약하였다. 상층부에 극장이 들어오는 PLAZA Mall이다. 박 팀장에게 2개 본부로 해서 영업사원 120명을 구성하도록 지시하였다. 이런 것은 속전속결이 답이다. 치고 빠져야 한다. 벌떼처럼 인원을 투입하여 확률로 영업하는 것이다. ‘벌떼 영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120명의 인원 중에서 계약을 유치할 수 있는 영업사원은 2~30명이고, 나머지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판교역 앞에 8층 상가 건물인 ‘동서 프라자’의 대행을 맡은 정보업체 김 사장과 시행사 회장을 만났다. 동서산업은 LH에 토지 입찰하여 평당 7,3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개발사업자들이 낙찰받은 판교역 중심상업지는 평균 8,500만 원 내외였다. K 은행에서 PF 승인 조건으로 선분양 200억을 요구하였다. 시행사는 신탁사와 신탁업무가 체결되지 않아서, 정식계약서 발행이 어려웠다. 선분양 조건으로 낙찰받은 가격으로 평당 7,300만 원에 물건을 주면 투자자를 바로 꽂아 주겠다고 협상하였다. 수수료는 6%였다. 시행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대한 시간을 앞당기어 PF를 받아 사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1층 양쪽 코너와 전면 상가 2개 총 4개를 투자자들에게 연결하여 주었다. 계약금액 74억 원이었다. 계약서는 시행사와 개인투자자들이 작성하지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금에 질권을 설정하였다. 이렇게 물꼬를 트여주자, 정보업체 김 사장이 강남 테헤란로 중개업소에 수수료 4%와 질권 설정 방법으로 분양자료를 뿌렸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강남의 중개업소에서 150억 원을 선분양하였다. 신탁사와 업무체결이 되면서 선분양한 계약서는 질권을 풀어주었고, 신탁사의 관리번호가 찍힌 정식계약서로 교체되었다. KBS 뉴스에서 전화 인터뷰가 있었다. 판교역 상업지의 예상 분양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었다. 평당 1억 원 이상으로 분양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인터뷰하였다. 토지 매입가격이 평균 8,500만 원이기 때문에 1억 원 이상을 받지 않으면 개발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파발역 상업지를 입찰받아 개발사업을 해보겠다고 덤빈 사람은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돈 많은 친구 3명이 모여서 SH에 땅을 입찰 한 것이다. 3명 중에 한 사람이 분위기 잡아서 시도한 것이었는데, 땅을 낙찰받아 개발업무를 수행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었다. 박 팀장이 접촉하여 보니, 국내에서 레지던스 개발사업을 하는 ㈜굿모닝의 박 회장이 작업을 끝냈다. 개발사업 PM(Project Management)과 분양사업에 대한 용역계약을 모두 끝낸 것이다. PM과 분양 사업권을 박 회장이 얻었으니 시행사는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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