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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불혹 1부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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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Aug 31. 2023

불혹 7. 빌라

<부동산소재소설 1부>

         1     


         부동산 TV에서 출연한 것을 보고 중개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서구에 빌라 8채를 신축한 중개업소 사장님이었다. 분양가 2억3천인데, 2억 원에 전세를 놓았다는 것이다. 방송으로 팔아주면 수수료 채당 1천만 원 주겠다는 것이다. 박 팀장하고 미희, 셋이서 회의를 하였다.

         “정 대표, 이런 물건 작업을 방송에서 하면, 스스로 업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하고 다른 것이야,” 미희가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것은 동네에서 중개업소 사장님들이 집 장사하는 것이다. 단순 매매야. 중개야, 컨설팅이 아니다. 이런 일에 우리가 손대는 것은 아니다.”

         “대표님, 저도 김 이사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대표님이 중개와 컨설팅은 다른 것이라고 늘 말씀하시었잖아요? 

         “음···, 대학원에서 부동산 공부하면서 보니, 6.25 전쟁 이후 전 국토가 폭탄 맞아서 제대로 된 건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나라였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국토개발계획이 수립된다. 전국의 토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밥은 먹고 사는 나라 만들자’는 것이지. 그 첫 번째가 경부고속도로야, 당시에 야권 정치인들은 전부 반대했다. 국민도 반대했다. 지금처럼 여론으로 정치하는 시대라면 아마도 90%가 반대했을 그런 정책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밀어붙인다. 그런 식으로 국토개발계획을 세워, 강남 개발도 그렇게 이루어져, 김 이사도 알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비포장도로였던 것이 생각났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한다.

         “우리 어릴 적 생각해봐, 대산동 달동네이지, 강남은 대산동보다 더 못사는 시골 촌구석이었어. 우리 어머니가 대산동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350만 원 주고 시장에 있는 집을 샀다. 내가 12살이었으니, 어머니는 44살이었지” 몸을 뒤로 젖히면서 테이블 왼쪽하고 오른쪽 앉아있는 두 사람을 한 번씩 보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때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의 땅을 매입하였으면, 당시 좋은 땅이 평당 5천 원 정도였으니··, 약 700~1,000평의 땅을 살 수 있었다. 지금 그 일대는 평당 1억이야, 대산동이 뉴타운으로 재개발되면서 8억쯤 될 거다. 350만 원이 8억이 된 거야, 우리 어머니가 임대료 받는 상가지. 압구정동 땅을 샀으면 1천억 원이다.”

         “8억 대 1천억이네!” 고개를 끄덕이며 미희가 말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 부모님은 당신들 선택으로 인생을 그렇게 살았어. 이제 우리도 그런 선택을 할 나이가 되었다. 두 사람 내 이야기 잘 들어, 박정희 정권에서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가격의 그래프를 보면 단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물, 토지 그 어떤 것이든 가격 그래프는 늘 우상향이다.” 

         “아닌데요, 대표님, IMF 때로 가격하락 했고, 이명박 때도 잠깐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맞아, 박 팀장”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면서 말한다.

         “그런데 박 팀장은 단기 곡선 그래프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단기로 보면 그래프가 하락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장기 곡선 그래프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장기 곡선 그래프, 처음 들어보는데요.”

         “눈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이면 단기 그래프이고, 숨어 있는 것을 보고자 하면 장기 그래프다.”

         “아~” 정 팀장이 눈을 깜박인다.

         “주식하고 부동산은 다른 것이야. 일반인들은 남들이 써 놓은 책을 보고 아는 척하는 것이야, 책의 내용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고민을 안 해. 그러니 얼레 설레 짜깁기 한 책이라도, 책을 쓴 저자라고 사기 치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실보다 부정적인 소문에 더 관심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격 폭락이 있을 거라고 공포를 조장하잖아.”

         “주식이 선행하고 부동산이 후행한다고 하지 않나요? 대표님”

         “그런데 그게 맞을까? 다 말장난 아냐?. 폭락한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들이 아파트를 팔았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없어” 미희가 말한다.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이 밥벌이하기 위해 만든 논리야, 우리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 그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더 길게 보아야 한다.” 커피를 연거푸 두 모금 마시고 말을 한다.

         “당시 정치인들··, 국민은··” 말이 느려졌다가 뭔가 생각난 듯 빠르게 말한다.

         “40대의 박정희가 본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 하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행동으로 보여 준 박정희의 선택으로 인해 지금 국민이 밥을 먹고사는 시대가 된 것이고,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로 국민이 굶어서 죽고, 얼어서 죽었던 그런 후진 나라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나?”

         “없나요?”

         “없을 거야, 우리도 그렇게 사업을 해야만 한다. 그래프 단기를 보지 말고 장기로 보면 아직도 끊임없이 상승하는 중이야, 70년대, 80년대, 90년대, 10년 단위로 또는 정권별로 보지 말고” 정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서 말한다.

         “그냥 해방 이후 50년 또는 지금부터 거꾸로 한 60년 그래프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래프는 일직선으로 우상향이다. 투자에 대해서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라는 격언이 있다. 무지하게 어려운 것이야, 거의 모든 사람, 열에 아홉은···, 어깨에서 사서 무릎에 판다. 손해지, 머리에 사고, 발바닥에서 파는 것이 사람들 심리이다. 왜 그럴까? 욕심이 원인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커피잔을 손에 들고 말을 한다.

         “성경에 보면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낳는다고 했다. 불나방 인생들이다. 인정해야만 되는 사실인데, 아무도 인정 안 하지, 그게 사람들 사는 모습이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것이고, 자기가 망한 것은 쪽팔려서 입 다물고 있는 것이지”

         “그렇군요, 그렇게 봐야 하네, 역시 대표님 생각은 늘 보통 사람하고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요? 장기 그래프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빌라 8채 다 우리가 매입하자”     


         2     


         “뭐라고? 아니 8채를?”

         “우리가 팔아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사자고요?”

         “그래, 채당 1,000만 원 수수료가 있으니, 우리는 2억2천만 원에 사는 것이야. 그리고 전세가 2억에 있으면 2,000만 원에 가지고 오는 것이고, 8채 해 보았자 1억6천만 원이다. 전세가 올라가서 2억2천이 되면 우리는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우리는 10원도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고, 올라가는 족족 다 수익이다.” 미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듯한 표시를 한다.

         “법인을 하나 만들자. 그 법인의 대표이사는 박 팀장이 해, 그렇게 법인 하나 만들어. 누군가가 토지 작업해서 건물을 신축하고 전세 맞추어 시장에 나오면 우리는 그냥 매입하면 돼, 일은 중개업자 또는 빌라건축업자가 다 하는 것이다.”

         “정말입니까? 그래서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우리가 번다.”

         “그런데 하락하면 어떡하지? 하락하면 우리가 손해잖아. 우리 돈을 세입자에게 줘야 하잖아.” 

         “괜찮아.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 돈 있는데 뭐 걱정이야, 전세 보증금 돌려주면 끝···, 문제없음, 하나 팔아서 두 채 사고, 두 채 팔아서 네 채 사고, 돈을 돌릴 수 있을 거야” 

         정 팀장이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태현이 얼굴을 쳐다본다.

         “길게 보면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그리고 하락해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다. 아무튼 그것은 박 팀장이 대표이니 전권을 줄게, 알아서 해, 나한테 보고하는 것, 빼 먹지 말고, 일단 100채를 목표로 매입을 해, 그 대신 절대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마, 소문내지 말고, 역에서 가깝거나 시장에서 가까운 빌라를 우선으로 사들여, 박 팀장 입 무거운 것은 알지만, 그래도 더더욱 입조심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100채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아니, 안 많아. 그림을 어설프게 그리면 죽도 밥도 안돼, 푼돈 벌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 세계가 점점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다. 국가를 따지고 민족을 따지는 것은 구닥다리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세무사도 만나서 협의하겠습니다.”

         “안 오면 좋겠지만,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세계적 위기가 우리가 사는 시대에 올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쨌든 경제적 큰 위기가 전 세계에 오면 그때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판다. 만약에 안 오면, 안 와도 괜찮아. 우리가 계속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계속 매입한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 너 의견이라 따르기는 하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미희 씨, 그리고 며칠 전에 한남동에서 재개발·재건축 전문가로 활동하는 최철희 중개사를 만났다. 보통 빌라 집장사는 전세가 90% 또는 80%에 맞추어 분양가격을 만든다고 해, 분양가격이 먼저일지, 전세 보증금이 먼저일지는 뭐 따져 봐야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

         “그래?”

         “분양 안 되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 가격에 매수하도록 설득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빌라 사업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S 은행 박 지점장도 대출 상담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알고 있더라, 그 사람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100채를 매입하라고, 배짱이 보통이 아닌 사람은 확실하군’ 속으로 생각하면서 정 팀장은 미간을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 8세대 빌라를 신축하고 7세대 분양하면 원금 회수다. 건축비, 운영비, 토지 대금이 해결되는 것이다. 토지 매입가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 채가 수익이 되는 것이지. 전세 보증금 제도를 최대로 활용한 부동산 사업이니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판단하기에 위험이 거의 없다. 너도 가만히 생각해봐, 하는 게 바보인지···, 안 하는 게 바보인지···,”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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