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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불혹 1부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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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Aug 24. 2023

불혹  5. 미끼

<부동산소재소설 1부>

              


         2006년이 되었다. 이수역에서 분양으로 부동산에 입문하고 8개월 지났을 무렵 중구 퇴계로 ‘르호봇’ 이라는 비즈니스 센터에 사무실 계약을 하였다. 상담실, 회의실, 그리고 비서 업무 등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12월에 ‘상가투자에 돈 있다’ 책이 출판되면서 네이버 카페로 만든 ‘부동산 투자 클럽’ 회원들이 급속하게 증가하여 3,000명이 넘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20만 원 선착순 10명으로 투자세미나를 카페에 공지하였다. 

         “반갑습니다. ㈜선우의 대표이사 정태현입니다. ‘상가투자에 돈 있다’ 저자입니다. 오늘은 저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강의하면서 보니 단 한 분도 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늘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가장 멀리서 오신 분은 부산에서 오신 ‘내 맘’이란 닉네임을 쓰시는 회원입니다. 그리고 ‘푸른 꿈’이란 회원님이 대구에서 오시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의는 중간에 90분하고 10분씩 쉬면서 진행된다. 점심은 중화요리 집에서 다 같이 자장면 또는 짬뽕을 먹는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 강의는 저녁 6시에 끝내기로 하였지만, 끝내지 못하고 7시쯤에 끝난다. 강의는 죽기 살기로 진행이 되고, 듣는 사람도 눈이 동그래져서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다. 공기 중에 퍼진 강사의 열정이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거짓말을 궤변으로 쏟아내면서 잘난척하는 강의가 아니다. 실제 투자 사례를 가지고 부동산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공부하는 것이다. 강의가 끝나자 사람들의 눈에는 신뢰에 가득하다. 저녁은 소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책을 가지고 온 사람이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꺼내 사인해 달라고 내민다. ‘惠存(혜존), 人得於成無信物心之失(인득어성무신물심지실)’ 라고 책의 첫 페이지에 쓰고 저자 사인한다.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옮겨 술자리가 이어진다. 밤늦게 술잔을 부딪친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막차 시간을 이용해서 내려가거나, 하루 숙박을 한다. 

         “상가투자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수익률을 믿을 수 있는가요?”

         “동탄신도시 상업지는 어떻게 보시나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상가, 토지, 아파트, 경매 등으로 거침없이 질문을 하고, 주저함 없이 답변한다. 모든 시선이 한사람에게 집중된다. 태현이가 술잔을 들면 다 같이 술잔을 들고 마신다. 중간에 미희가 적절하게 회원들과 말을 섞는다. 대구에서 왔다는 회원이 조용히 있다가 묻는다. 

         “오늘 강의, 그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살아있는 강의였습니다. 그래서 9시간 강의한 정 선생의 ‘부동산 투자 성공 Know-how’, 한마디로 무엇입니까?”

         질문 속에 미끼가 숨어 있다. 신뢰의 눈빛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르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마주 본다. 그리고 명령하듯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되팔 수 없는 물건은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숨이 막힐듯한 정적이 순간적으로 흐르면서 기세에 압도당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다시 본다. 식탁에 있던 엉거주춤한 손들이 탁자 밑으로 내려가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되팔 수 없는 물건을 왜 삽니까? 되팔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자본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운영소득 즉 Cash Flow가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 부동산, 그 부동산에 투자하면 언제든지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팔까요?”

         “·····”

         “·····”

         “·····”

         “죽을 때까지 갖고 가다가, 자식에서 상속하지 않을까요?”

         상대의 미끼는 끊어버리고 반대로 미끼를 던진다. 강의를 들은 것이 행운이라고 사람들이 받아들인다. 확신이 가득한 말은 믿음이 되었고,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다. 미끼를 꿀꺽 삼킨 것이다. 

         “선생님에게 투자의뢰는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듣고 싶은 말이 나왔다. 사전에 투자 컨설팅 용역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미희가 설명하면서 서류를 꺼내어 나누어준다. 술을 먹으면서 다들 읽어본다. 컨설팅의 정의와 용역 기간, 계약 내용, 컨설팅 수수료, 업무 및 책임 범위, 그리고 컨설팅 보고서 작성방식 등이 정리되어 있다.    

  

            

  

         상가투자로 하루에 9시간 강의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상가투자 Know-How’ 강의가 부동산 시장에 나왔다. 경쟁할 사람이 없다. 세미나 참석하고자 하면 참가비용이 있다. 상담 및 투자 컨설팅을 신청하면 상담료를 받고 Meeting을 한다. 계약이 이루어지면 컨설팅 수수료를 받는다. 이 Process System은 부동산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부동산 Business Model이다. 부동산은 무료 상담이 기본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깨부수었다.

         여성잡지, 스포츠 신문, 일간지 등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여성잡지는 기획 시리즈로 ‘한국의 부자들’에 대한 내용으로, 스포츠 신문은 ‘상가투자에 돈 있다.’는 기획 기사로 1면을 전부 할애하였다. 일간지에는 일주일에 2~3회씩 보도자료를 뿌렸다. 케이블 방송인 부동산 TV에서 고정 출연 요청이 왔다. 공중파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상가투자전문가’로 이름이 브랜드가 되었다.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겠다는 사람들이 3~4개월씩 대기한다.

         비슷한 강의 주제로 몇몇 전문가들이 흉내 내었지만, 부실한 강의 내용으로 2~3개월을 지속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난다. 그들의 실패로 인해 더욱더 사람들이 몰려든다. 투자 컨설팅 용역계약서가 사무실에 쌓여간다. 미희와 태현이는 투자금액과 성향에 따라 의뢰인을 분류한다. 그리고 의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심화 세미나 및 임장활동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다. 부동산을 파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사는 사람들을 손에 쥐고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3      


         현장 투어는 사거리 코너, 전철역 또는 버스정류장에서 30m 이내, 1천 세대 이상의 아파트 전면 출입구 앞에 있는 건물 위주로 진행된다. 그러한 입지에서 Anchor Tenant가 입점했거나, 극장 또는 병원 건물이 주 Target이다. 개별 점포의 경우에는 코너 점포, 출입구 점포, 1층 전면 상가, 2층 전면으로 한정하였다. 그 외의 것은 검토대상에서 버린다. 태현이 지시를 받아 정 팀장이 현장을 수배하고, 그중에 투자해도 될 만한 것을 태현이가 선정하고, 선정된 것을 미희가 또 임장을 다닌다. 그리고 셋이 회의하여 최종결정한다. 최종결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누가 봐도 탐날 정도로 투자가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이렇게 검토된 물건 중에서 시행사가 수수료를 많이 주는 물건이다. 첫 번째가 기준에 미달하면 수수료가 많아도 쳐다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임장 활동하는 차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체크 할지를 알려준다. 현장을 가면 대부분 시행사 직원, 또는 영업 관련 책임자가 나와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브리핑한다. 그렇게 4~5곳을 다닌다. 의뢰인들도 임장활동을 하면서 본 물건이 전부 투자할 만하다고 서로 의견 교환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작성된 컨설팅 보고서를 나누어 준다. 컨설팅 보고서를 보는 순간에 의뢰인들은 의아한 눈빛을 서로 교환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이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런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 

         ‘왜, 이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왜, 이 부동산 가치가 있는 것인지?’

         ‘왜, 이 금액이 적정한 금액인지?’

         ‘이 부동산의 투자 목적은 무엇인지?’

         ‘어떻게 임대차 전략을 수립할 것이며, 운영 전략을 가지고 갈 것인지?’

         ‘대출과 자기자본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

         ‘5년의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가 얼마인지?’

         ‘어떻게 매도전략을 짤 것인지?’가 정리되어 있다.

         의뢰인들 다른 중개업소 또는 다른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하고 자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 그동안의 물건보고서는 건물 개요, 사진하고 등기부 등본, 그리고 임대차 정보 포함하여 A4지 2~3장이다. 그것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지금 받아 본 보고서는 40여 페이지가 넘는다. 컨설팅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는 투자 적격 또는 투자부적격으로 구분되어있다. 오늘 임장한 물건에서 2곳만 투자적격이고, 나머지는 투자부적격이다. 의뢰인들의 생각에 혼란이 온다. 왜 부적격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태현이가 설명한다. 설명을 듣다가 투자 적격인 물건에 대해 한 사람이 말한다. 

         “제가 이 물건 계약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이어서 다른 사람이 말한다. “그럼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

         “결정하신 분들은 일단 신탁사 계좌번호 알려줄 터이니, 계약금을 지금 입금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커피 마시고 나서 김미희 이사님과 시행사로 이동하시어 계약서를 작성하시면 되고, 다른 분들은 의사결정이 늦었으니 다음에 다시 임장활동 할 때, 그때 참여하시면 됩니다.”

         남은 사람들은 헤어지면서 신신당부한다. 꼭 자기에게 먼저 연락을 달라는 것이다. 임장활동 안 해도 된다면서 투자 적격 보고서를 미리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계약금 입금하겠다고 한다.      


              


         첫 번째 컨설팅용역 성공하고, 시행사로부터 수수료가 입금된 날 ‘대한극장’ 앞에 있는 일식 전문점에서 자축하는 모임을 했다. 태현이는 정 팀장하고 미희에게 보너스라는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다.  

         “자, 한잔하자”

         “수고하시었습니다.”

         “수고하시었습니다.”

         셋은 첫 잔을 마시었다. 첫 잔을 비우자 정 팀장이 술을 따라준다. 

         “형님, 제가 한잔 드리겠습니다.”

         “이사님도 한잔 받으시고요. 제가 이사님보다 그냥 누님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대표님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제가 알고 있고, 그리고 부동산업계에 저보다 먼저 입문하시었으니 부동산 선배님입니다. 어떻게 양해해 주신다면?”

         “정 팀장님, 편하게 하세요, 그런데 같이 맘먹자고 덤비지 않기”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냥 저는 두 분을 잘 모시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초심을 잃으면···” 웃음기 없이 무겁게 말을 하면서 태현이가 정 팀장을 지긋이 본다. 두 남자가 눈을 마주친다. 눈빛을 서로 피하지 않는다. 

         “그럴 일 없습니다. 제가 외아들이라서 형제가 없습니다. 두 분은 이제 제 피붙이 형님, 누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분양 현장을 떠나, 태현이 지시를 받아 움직이면서 알았다. 인생을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옳은 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다. 분양 판 따라 여기저기 떠돌아 사는 역마살 인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 노릇 한 번도 안 했다. 친구들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이 어울렸다. 친구들이 ‘깍두기’라고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귀로 들어오는 말은 있어도 입으로 나가는 말은 없어야 한다.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우연으로 시작한 어떤 사건을 운명과 숙명으로 구분하라고 한다면, 태현과의 만남은 숙명이다. 운명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운명아! 비켜라’ 할 수 있지만, 숙명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저 사람 인생이 내 인생이다.

         “형님 술 한잔 받으세요.”

         “누님 술 한잔 받으세요.”

         “정 팀장, 형님, 누님 하는 것은 다 좋은데, 실수는 하면 안 돼, 신뢰는 쌓기 힘들어도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야, 10년 공든 탑 하룻밤에 무너진다는 말이 있잖아.”

          하나의 계약이 이루어지면 평균 4~7% 수익이 생긴다. 부동산에 대한 모든 계약은 개인과 시행사와의 계약이다. 시행사와의 관계에서는 분양 대행 업무를 해준 것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고, 개인에게는 컨설팅 보고서를 준 것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다. 세미나와 임장활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한 달에 분양가격 기준으로 평균 50~70억 정도를 소화하였다. 수수료로 한 달에 평균 2~5억을 벌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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