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일곱 살을 기억하는 사람들
큰 아이가 접은 합체로봇들을 모아 작은 언니, 그러니까 아이의 작은 이모가 액자를 꾸며 주었다. 멋진 작품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버려지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액자로 꾸며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주면 아이에게 두고두고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이다. 매일 색종이 몰래 갖다 버리는 게 일이었는데, 게다가 멋진 합체로봇들은 버리긴 아까운데 매일매일 생산되어 안 버릴 수도 없어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도 좋은 선물이었다. 최소한 저것들이 박제되어 있으니, 나머지는 버려도 조금 마음이 편할 테니 말이다.
배경은 검은 도화지에 반짝이 풀을 사다가 아이 둘에게 직접 꾸미게 했다. 반짝이풀을 초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써 보고 정말 30년 만에 본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 크리스마스 즈음 이 반짝이풀을 이용해 카드를 만드는 활동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점점이 찍으며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들을 표현을 하고 한글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쓰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머릿속 깊은 곳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반짝이 풀을 보니 활성화된 것 같은,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이 나에게서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 반짝이 풀로 우주를 표현한다. 별과 태양, 별똥별, 우주에서 나타난 합체로봇들이 지구를 구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를 입으로 재잘대며 말이다. 합체로봇의 이름들과 무기, 특성화된 능력들을 줄줄이 꿰는데 딸만 있는 집에서 큰 엄마는 아들 둘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만 하다. 아들들의 힘, 싸움, 능력, 무기, 악당을 무엇으로 치환해야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할까.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고 하기엔 신랑은 그 로봇들의 이름들을 대충 기억해 주는 걸 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임이 분명한데,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른 것이 말이 되나.
작은 언니는 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액자를 사 주었다. 아이들의 반짝이들을 배경으로 꾸며주고 작품을 모아주며 7년을 키우니 진짜로 어른보다 잘하는 것이 생겼다며 기특해한다. 다 큰 것 같지만 일곱 살, 아직은 미숙한 어린 아이이지만, 종이접기는 정말 어른보다 잘한다. 색종이를 사분의 일로 잘라 그것을 또 반으로 잘라 접는 로봇의 머리 부분은 나는 눈이 침침해서 못 하겠던데 아이는 작은 손으로 꼼꼼하고 야무지게 접어낸다. 그런 형아를 옆에서 매일 보는 둘째도 종이 접기가 제법 늘었다. 그럴 땐 서당 강아지 멍멍이라고 부르는데 형아가 다섯 살 때보다 지금 네가 훨씬 잘 접으니 네가 일곱 살이 되면 형아 보다도 더 잘 접을 거라고 귓속말로 말해주면 입이 귀에 걸린다.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우러러봐야 하는 형아보다 더 잘하게 될 거란 말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것 같다.
우리 부부의 결혼사진 액자도 안 걸려 있는 우리 집에, 커다란 합체로봇 액자가 생겼다. 지나가며 한 번씩 쳐다보고 이름을 부른다. 종이접기 자부심이 액자를 볼 때마다 1씩 올라가고 있다. 아이의 일곱 살이 액자에 박제되었다. 나중엔 이 아이도 합체로봇 접는 법을 잊어버리겠지만, 접고 싶어도 못 접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이 액자로 아이는 자기의 일곱 살을, 실제의 기억에 더 살을 붙여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기억하라고 이모가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엄마는 매일매일 지긋지긋하게 버리기 바빴는데, 이모는 모아 다가 엮어 주었다. 아이도 안다. 엄마는 버리는데 이모는 안 버리잖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