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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하 Oct 22. 2024

내가 사랑한 것


나는 자그마한 따스함을 사랑했다

키가 작고 볼품없는 연약한 들꽃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가진 털뭉치

손수 고른 부드럽고 바스락거리는

버터색 이불을.


나는 눈물냄새의 바늘을 사랑했다

어느 누군가의 축축한 이야기

내가 처절히 실패한 노력들

째깍거리는 적막한 시곗소리만 들리던

그 공간을.


나는 무중력 한 우주를 사랑했다

사각거리는 검은 선 사이

다른 세계의 꿈같은 이야기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손을 휘적이며 헤매는

그곳을.


나는 무엇이든 사랑한다

내가 내디뎌 이루는 걸음들도

나의 의지로 될 수 없는 순간들도

전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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