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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May 13. 2024

04.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04.  마침내  이 땅을 탈출하다!

  다음 선택지를 찾고  있었던 나는, 교육부 홈페이지를 뒤지다가 해외한국학교 파견 교사 선발 공고를 발견했다. 보는 순간 느낌이 좋았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근거렸다.

    교사가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좋은 근무 조건은 아니었지만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  재외국민 교포 자녀, 주재원 자녀의  교육과 진로 상담을 담당한다.  게다가 다시 돌아올 직장이 보장된다는 달콤한 유혹에 나는  비를 서둘렀다.

   지원서를 몇 번이나 고쳐 쓰면서  나를 뽑을 이유를 보여줘야 했다. 당시 한국 대학에 국어 과목이 중요하고 S대학과 상위권 대학 입시에 논술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 수업에 제대로 준비된 사람이 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경력과 증빙 자료를 첨부해서 제출했다.

   드디어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했다는 소식과 함께 면접 일자를 통보받았다. 예상 면접 문항을 쓰고 외우는 나날이 열띤 기쁨과 기대로 쏜 살같이 지나갔다.


  면접 하루를 앞둔 날 오후,  유난히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 교육부 T 장학사입니다. K 선생님이시지요? 먼저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파견 교사 공립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선발합니다만, 공문 발송과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나 봅니다. 사립학교 교사에게는 해당이 안 됩니다. 미안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말도 안 돼! 아득했다. 나는 납득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미 출발점을 떠난 육상 선수가 결승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듯이 트랙을 줄달음치는 나를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교육부에 장문의 항의 메일을 보냈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 마음에 평정을 잃었다. 교육부에서 또 한 차례 간곡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제풀에 지쳐  흘러가는 구름이며 까치의 날갯짓을 보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교육부 C 장학관입니다.  K 선생 되시지요?  좋은 소식입니다. 사립학교에서도 해외 학교에 교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기간제 교사 제도가 실시될 예정입니다. 담당 장학사 번호를 알려 드릴 테 알아보시지요.”


  그렇게 나는 다시 준비를 했다. 몇 학교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드디어 중국 T 시의 한 학교로부터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뛸 듯이 기뻤다. C 장학관은

 

  "축하합니다. 직위가 보장되는 사립학교  첫 해외학교 교사가 되셨습니다."


  헛헛 웃 나왔다. 첫 발짝을 안전하게 내딛는다는 생각 위안이 됐지만, 아올 자리를 확인하고서야 탈출을 결정한  내 소심함과 염려증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하더니 축하해, 그럼 잘 준비해 봐.”


  소풍 전날 들뜬 아이를 다독이듯, 아내는 아무 걱정 없는 환한 얼굴로 나를 격려했다. 아이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두 손가락을 꼬며 행운의 표시를 하고 말한다.


      “어디든지 아빠와 함께 간다!”


   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 이제 정든 이곳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거야!’ 사춘기 소년 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눈앞에 펼쳐질까? 어떤 일을 감당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까?’  

   어둠 속에서 천장을 응시하며 두서없이 쏟아지는 생각 속에 파묻혀 이리저리 뒤척이다 그날 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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